자기 싫다. 자면 내일이 오니까.
매일 아침이 끔찍하다. 회사 가야 되니까.
출근하면서 퇴근하고 싶다.
퇴근하면서 벌써 내일 출근하기 싫다.
한동안은 그 당시를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나에게는 정말 싫은 회사생활이었다. 대부분의 하루가 우울하고 지쳤다. 그래서인지 주말에는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또다시 도살장에 끌려가듯 월요일에 출근했다.
회사 안에서 나는 무척 가식적이었다. 회사 안에는 내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상황과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속으로 말하는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를 생각했다. 겉과 속의 내가 다르니 스트레스가 쌓여만 갔다. 진정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지만 회사 내에서 그런 것은 사치 같았다.
나는 정말 회사형 인간이 아니었다. 과연 회사가 맞는 인간이 있을까 싶지만, 나는 그 안에서 완전히 다른 '종(種)'이었다.
그때도 취업난은 있었다. 내가 입사한 회사는 통신회사였다. 당시 통신 회사라고 하면 연봉이 높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내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그것은 끝물의 끝물도 이미 오래전에 지난 이야기였다. 당시 기업들은 취업난을 이용해 신입사원의 연봉을 동결에 동결하고 있었고, 심하면 신입의 연봉을 삭감하며 회사 재정을 키웠다. 나도 이미 오래전에 삭감되고 동결을 거듭한 신입사원의 연봉을 받으며 입사했다.
나는 당시 카이스트 석사학위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된지도 오래였다. 그저 우리는 취직에 감사한 세대였고 회사 주인뿐만 아니라 이미 그 속에 있는 회사 직원들까지도 우리를 그렇게 여겼다.
나는 신입사원답지 않게 일을 잘했다. 이건 정말 내가 말하는 것이지만 사실이다.(재수없어서 죄송합니다,;;)
입사해서 분위기를 보니 일 자체는 어렵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내 일'을 달라고 했다. 대부분 신입 사원은 자기 일을 가지기보다는 선배 사원의 밑에서 얼마 동안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운다. 그런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누구 밑에서 일하는 것도 적성에 맞지 않고 따라다니며 배울 만큼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다. 신입이 일을 달라고 한다고 선뜻 주기도 어려운 문화였지만 다행히 나를 괜찮게 봐주신 한 임원께서 허락해 주셨다.
(이제부터 진짜 재수없는 이야기 시작합니다...)
팀 내 분위기는 그때부터 별로였던 것 같다. 아니 그전부터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내가 칼퇴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한번 늦게까지 있기 시작하면 계속 그래야 하는 이미지가 되어 버린다는 말을 듣고 과감히 초반부터 칼퇴근을 시도했다. 그러면 쟤는 원래 그런 애라는 이미지가 생겨서 괜찮다는 말에 솔깃한 것이었다. 야근할 만큼 일이 많지도 않은데, 솔직히 야근하는 선배들이 이해되지 않았고 어떤 때는 그들이 무능력해 보였다. 신입이니까 일을 적게 주거나 쉬운 일을 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때마침 출산 때문에 출산 휴직을 쓴 어느 과장의 일을 몽땅 가지고 왔었고 새로 진행된 프로젝트를 또 나의 일로 끌고 왔었다. 돌이켜 보면 이런 나의 자신감과 실제적인 업무 능력 때문에 내가 엄청나게 겸손하지 않는 한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100% 숨길 수 없었기에 회사 선배들도 내가 불편하고 아니꼬왔을 것이다. 팀 선배들의 시기 질투를 감당하기도 힘들었지만, 역시 더 힘들었던 것은 나도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그들처럼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