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가 밝았고 나는 새해의 첫 한 달 내내 울었다. 그리고 잠을 못 잤다. 밤새 잠을 못 자다가 아침 8시가 되면 겨우 잠들어서 점심때쯤 일어났다. 그리고 또 하루 종일 울었다. 내 인생이 무방비 상태로 아주 강한 소낙비를 맞고 있었다. 그때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던 유일한 질문은 왜? 였다.
왜? 도대체 왜? 실패했을까?
그 화려한 강남역 7번 출구에서 그토록 저렴하게 살았는데,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실패했지?
왜 하필 나에게. 나 정말 열심히 했는데.
실패한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고작 조금 더 성숙해지라고 그것 때문에 1년씩이나 허비해야 한다는 건 정말 도대체 전혀 원하지 않으니까!
이유가 뭘까. 답답하고 화가 났다.
도대체 뭘 배우라고 누군가는 나에게 2년씩이나 이 고통의 시간을 주는 것일까.
이것을 한 달을 울면서 생각했다. 그만 생각하고 싶어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답을 얻어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다음을 기약하게 해 줄 힘이 될만한 희망의 메시지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결국 나의 결론은
그런 이유는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여기까지였다. 나는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된다.
나는 이제 묵묵히 내 시간을 다시 살아가면 된다.
그냥 다시 일어서야 했다. 계속 이 길을 가야 했다. 지금이 지옥 속이라도 계속 직진해야 했다. 아무런 빛도 없고 끝도 없는 터널이지만 언젠가는 빛나는 출구가 나올 것이라 무작정 믿고 걸어야만 했다.
잘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를 견디기 힘들었다.
나이가 들고 체력은 다하고 수입도 없고 로맨스도 없었지만 분명한 목표는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 근처에 행복이 있을 것 같았다.
이 시간을 잘 참고 견디면 앞으로의 내 인생의 큰 밑거름이 될 것 같기도 했다.
다만,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겁이 났다.
그리고, 신이 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 시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또는 없는 일인지.
내게 허락된 길인지 허락받지 못한 길인지.
그냥 회사 속에 있기 싫어서, 신념 없이 의사가 되겠다고 해서, 그래서 시작이 잘못된 것인지.
무조건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만큼 내가 약해졌다는 뜻일까.
아니면 정말 세상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인연이 없는 일이 있는 걸까.
정말 이 일이 나와 인연이 없는 일이라면, 결국 그런 것이라면...
깨끗이 포기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