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을 통하는 계단 같은 곳을 보면 노숙자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거의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웅크려서 남들이 몇 백 원씩 던져주는 돈을 모아 생활한다. 참 더럽기도 하고 불쌍해 보인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늘 왜 저러고 살까라는 생각을 했다.
저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 날 숙명여대에서 시간제 수업을 듣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또 그런 구걸하는 노숙자를 봤다.
근데 이상하게 그날은 평소 같이 생각이 들지 않고 저러다가 저 사람이 갑자기 어떠한 계기로든지 해서
내가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노숙자 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조그만 변화가 그 사람의 인생을 행복하게 하고 심지어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번쩍 들면서 나는 몹시 부끄러워졌다.
나는 왜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저런 사람들은 당연히 평생 저렇게만 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의 현재를 보고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판단해 버렸다.
그래서 현재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무시했던 것이다.
내가 남의 인생을 쉽게 무시해 버릴 만큼 그렇게 거만하게 살았던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운 좋게도 실패를 모르고 살아왔고 그것을 내 능력이라 여겼다.
다른 사람들은 '노-오력'을 안 해서 지지리 궁상으로 사는 것이라고.
그러나 단 한 번의 스트라이크로 나는 무너져 내렸다. 그렇다면 내 학벌, 내 경력, 한 번도 실패해본 적도 쉬어본 적도 없는 내 시간들이 결국 별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다시 마음을 잡고 조금씩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계속 그 자리에 있는 듯했으나 시간은 공정하게 흘러 2009년의 봄이 왔다. 나는 이제 의심 없이 내 공부에만 매진했다. 공부를 할수록 어렴풋이 작년의 실패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토록 내가 알고자 했던 실패의 원인. 그것은 자만이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그거였다. 자만해서.
나만 실패해서, 그래서 나만 성숙한 듯이 떠드는 것도 자만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말수도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엔 이런 마음들만이 진정으로 내 것임을 깨달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