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두 번째시험

by 라디오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체력 관리에 신경을 썼다. 자기 전에 꼭 1시간씩 요가를 하고 잤다.

그리고 이미 모든 공부 거리들은 가지고 있으니 학원을 다시 다닐 필요 없이 그 자료 그대로를 가지고 도서관만 다녔다. 도서관은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고려대학교 도서관을 선택했다. 집-도서관을 짧은 시간 동안 오갈 수 있었고 집밥을 많이 먹었기에 건강에도 유리했다.


그리고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더 이상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지 않았다.

의무감으로 책상에 앉아 있던 작년의 내 마음은 충분히 갸륵하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하루에 집중하여 공부하는 시간을 10시간 정도로 정했다. 그러다가도 집중이 안되면 애써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지 않고 그날의 공부를 마쳤다.


나는 공부를 잘해왔기에 이 공부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한번 본 것을 단번에 이해하고 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15시간이나 책상에 앉아 있는데 그걸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못하고 있었다.


수박의 겉핥기식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다. 즉, 학문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어설프게' 알고 있었다. 내가 모른다고 인지하고 있었다면 알려고 했을 것이고 더욱 기초를 다지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내용으로만 파고 들어갔고 지반이 단단하지 못한 곳에 집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니까 그 집이 안 지어지지.


예를 들어 물리 같은 경우,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할 때는 고등학교 물리부터 다시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물리도 모르면서 대학 물리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초를 다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과목별로 단권화 과정에 들어갔다. 예를 들어 생물 한 과목에도 내가 봐야 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 많은 책 중에 하나를 골라 메인 책으로 정하고 이 책에는 없지만 다른 책 속에는 있는 내용들을 메인 책의 관련 페이지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하자 산발적으로 흩어져서 산더미 같았던 생물의 분량이 점점 작게 느껴졌다. 모든 과목의 단권화가 완성된 다음에는 그 메인 책만 계속 봤다. 만점을 받아야 하는 시험이 아니었기에 메인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암기하고 있다면 고득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입시에서는 수시전형이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모교인 연세대학교를 방문했다. 그때는 어느덧 여름이었고 신촌은 정말 더웠다. 오랜만에 이방인이 되어 모교를 방문하니 낯섦과 반가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내 전공과 다른, 타과 교수님의 추천서도 필요해서 예전에 딱 한번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 추천서를 부탁드렸다.

나를 기억 못 하시는 게 아니라 나를 아예 모르시는 그 교수님께서는 감사하게도 추천서를 써주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달 뒤 나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7번째 불합격이었고 모교로부터 받은 불합격 통보여서인지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그리고 8월. 재수생으로서 두 번째 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어려웠다. 상대 평가였기 때문에 나한테만 어려웠는지 다 같이 어려웠는지가 중요했다.

그것을 알 수 없었기에 우선 나한테만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며 괴로웠다.

고득점자들은 시험을 치를 때 이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느 것도 예측할 수 없어서 고득점자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또 새드엔딩인가.


지금 내가 기다리는 결과는 나에게 너무나 중요했지만, 이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애가 탔다.

지독하게 냉정할 그 결과를 보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예전의 일기들을 찾아 읽었다. 그런 나에게 23살의 내가 일기를 통해 위로해 주었다.


“항상 시작한다면 늦은 법은 없어.

고민할 때는 인생 전체를 봐야 대.

내가 고민한 만큼 세상은 나를 위해 돌아갈 거야.

그냥 그렇게 믿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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