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인내심 없는 여자

by taesu

인내심이란 선선한 가을날 만둣집 앞을 지나며

뜨거운 김 사이로 보이는 오동통한 왕만두를

보고도 사지 않는 마음이다.


아니, 그러니까.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 사이에 실려오는 만두 냄새를

맡고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미리 말하면 나는 그런 종류의 인내심은

절대 없는 사람이다.


만둣집을 만나면 멈춰 서서

만두 냄새라도 맡고 가는 것이 인지상정.

이미 그 앞에서는 살까 말까 가 아니라

김치만두냐 고기만두냐 하는 고민뿐이다.


교자 타입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만둣집에선

고급 라인인 새우만두, 그리고 왕만두가 있다.


왕년에 만두 좀 먹어본 내가 먹어본 만두 중에

가장 내 취향에 가장 잘 맞았던 김치만두는 의정부

코스트코 맞은편에 있는 곽 선생 만두의 김치만두다.


고기만두와 새우만두도 맛있지만 맛있게 매운맛이

나는 김치만두가 나에겐 곽 선생네 만두 중

베스트라 할 수 있다.


나는 주말이면 아이와 남편은 시댁에 나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부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고부 사이가 나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에게는 수면장애가 있어 주말 동안이라도

푹 자라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배려다.


어제도 아이를 시댁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 근처에 새로 생긴 만둣집에서

취~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것을 보고

또 홀린 듯이 만둣집 앞에 섰다.


만둣집이 뽀얀 김을 수시로 뿜는 것도

만둣집의 마케팅이라고 들었다.


찜통이 주방을 따로 두는 것이 아닌

가게 입구에 두고 하얀 김을 수시로 뿜어 되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 앞에 서서 고기만두냐

김치만두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단 말이지.


여기도 종류는 5가지. 고기 왕만두, 김치왕만두,

고기 교자 만두, 김치 교자 만두, 새우만두.


나의 선택은 고기 왕만두와 고기만두.


김치만두는 곽 선생을 뛰어넘는 집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 분명하고, 고기만두는 그 집의 기본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만두이다.


왕만두 역시 폭신한 만두피와 고기소의 적절함 정도로

그 집 만두 장인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김치를 포기하고 두 가지 종류의 만두를 시켜보았다.


집에 가서 먹어야지 하며 발걸음을 서둘렀지만

가방 안에서 나는 만두 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왕만두를 하나 꺼내 와구와구 먹었다.


적당히 촉촉한 만두피와 고기와 야채가 적절한 소의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왕만두가 맛있으니 고기만두도 기대되어골목길에 서서 고기 교자 만두를 하나 꺼내 입에 넣었다.


왕만두가 맛있긴 했지만 고기만두의 성공 여부는 알 수가 없기에 긴장하며 입에 넣었는데 웬걸,

고기만두도 맛있잖아?


야채는 적고 고기만 많아서 퍽퍽한 식감의 만두보단

야채가 많이 들어있어 촉촉한 만두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 집 만두는 뭐랄까,


아삭아삭 씹히는 것이 배추 줄기를 잘게 자른 것 같은 식감도 나고, 꼭 무 같기도 하고, 무엇인지는 몰라도

간도와 식감, 재료의 밸런스도 아주 좋았다.


그렇게 나는 집에 도착하기 전에

교자 만두를 해치우고 말았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고,

동네에 만두집이 생겨서 든든했다.


다음번엔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산책길에 들러

함께 만두를 사서 왕만두 하나씩 물고 돌아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만두집이 망하지 않고 오래가길 바라며

나온 김에 김치만두랑 새우만두 사러 가야겠다.(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