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국밥

위로가 되는 한 그릇

by taesu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국밥충’이라는 말이 있다


‘그럴 바엔 국밥을 먹지.’

‘그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인데 ’등

모든 것의 기준을 국밥 한 그릇으로

치환하여 계산하는 국밥 예찬론자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나 역시 파스타보단 국밥이고,

돈가스보다도 국밥이다.

지병인 역류성 식도염에

뜨거운 음식은 쥐약이지만

그렇지만 국밥은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탕이냐 찌개냐 묻는다면

찌개보다는 탕,

빨간 국물보단 맑은 국물 파다.


마음의 허기가 질 때나

이유 없이 쓸쓸해질 때도

나는 국밥을 먹는다.


가을에 추천하는 국밥은

무조건 굴 국밥이다.


달달한 가을 무와 굴은

궁합 볼 필요도 없는 소울메이트지.


멸치와 다시마를 우린 물에

납작하게 자른 무를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물을 끓는 동안 굴을 손질하는데

첫 번째는 소금물에 헹구고,

두 번째로는 무 즙에 굴을 한번

더 헹궈 비린 맛을 잡아준다.


무가 익으면 다진 마늘, 국간장,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대파(혹은 쪽파), 부추,

청양고추 등을 넣고 끓인다.


파르르 하고 물이 끓을 때쯤

굴을 넣고 1-2분 더 끓여주면 끝.

(달걀도 하나 톡 넣어줘도 좋다.)


무와 굴만 넣어도 맛있지만

매생이를 추가해 먹는 것도 별미다.

굴을 넣기 전에 찹쌀 새알을 넣어

밥 대신 넣어 호록 호록 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게.


뜨거운 김을 헤치고

건져낸 탱글탱글한 굴과

달달한 무를 한 숟갈 뜨면

헛헛하고 울적한 맘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


우스갯소리로 조커에게

국밥이 있었다면 사람이

그렇게 삐뚤어지진 않았을 거란

농담도 있듯이 따뜻한 국밥은

어떤 날에는 위로가 되어준다.


이 가을 마음이 헛헛해지고 괜스레 쓸쓸해진다면

굴 국밥 앞으로 오시라.


탱글탱글한 굴 한 입, 달달한 무 한 입이면

든든해진 뱃속만큼 마음까지 든든해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