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어릴 적 내가 좋아하던 코미디언
이주일 아저씨는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찡그리고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라는 유행어를 쓰곤 했다.
소심하지만 개그욕심이 있던 나는 구석에서 몰래 연습해보곤 했다.
못생긴 걸론 주꾸미와 꼴뚜기를 이길 수 없지.
이 둘의 차이는 대가리가 둥그냐, 세모냐의 차이일 뿐 못생긴 건 매한가지.
취미랄 것이 따로 없는 남편이지만 일 년에 단 한 번 낚시를 한다.
낚시를 취미로 하는 지인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
새벽부터 오후까지 낚시를 즐기다 오는 건데
운이 좋으면 갑오징어도 잡고,
다른 물고기를 잡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배를 타고 있어도
주꾸미 몇 마리밖에 못 잡고 오기도 한다.
작년에는 쿠팡에서 저렴한 낚싯대도 하나 사서
잔뜩 잡아 올 것처럼 아이스박스를 들고 나갔지만
새벽부터 하루 종일 잡아서 한 50마리는 잡았으려나.
낚시가 아내들이 싫어하는 남편의 취미 1위라는데
나는 가기 전부터 낚싯대도 사고, 설레는 모습이
좋아 보여 남편의 낚시를 응원한다.
(아마도 일 년에 단 한 번뿐이라 그럴지도)
처음 낚시하러 갔다 왔을 때는 주꾸미 잔뜩 잡아 왔더랬다.
식당에서 먹어본 주꾸미는 아주 작았는데
남편이 잡아온 주꾸미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주먹만 한 것들이었다.
남편은 잔뜩 신난 얼굴로 아이스박스에서
주꾸미를 꺼내며 자신이 새벽부터 배를 타고 나가서
어떻게 주꾸미를 잡았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유치원에 다녀온 어린애가 엄마한테 수다 떨듯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사실 ”응, 그렇구나.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난 이걸 뭘 해 먹어야 하느냐 잠시 고민했다.
자, 일단 손질부터 하자.
내장을 제거하고 밀가루를 뿌려서 치대고 헹구고를
반복하며 아, 손질된 거 사 먹으면 편한데,
귀찮고 번거롭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떡해.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첫 번째 요리는 살짝 데쳐
참기름 넣은 소금장에 콕 찍어 냠냠.
초장에 또 한 번 찍어 상큼하게 냠냠.
담백한 주꾸미를 맛보았다면
이제 화끈한 주꾸미를 만날 차례지.
식용유를 두르고 파기름을 내고,
편 마늘을 넣어 향을 더해준다.
마늘 향이 올라오길 기다리며
고춧가루, 간 마늘, 설탕, 간장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불을 올려 센불에 주꾸미와 양파, 양념장을 넣고
달달 볶아주면 화끈한 주꾸미볶음 완성.
손질이 귀찮다. 뭐다 말은 했지만, 냉동 상태의 주꾸미랑
갓 잡은 탱글탱글한 식감의 자연산 주꾸미와는
비교 상대가 안 된단 말이지.
그나저나 낚싯대도 사고, 릴도 사고,
낚싯줄도 따로 사더니
올해는 어째 낚시하러 간다는 말이 없네.
주꾸미 잡으러 갔다가 갑오징어도 잡고,
고등어도 잡아주면 좋으련만~
기왕에 잡는 김에 손질도 해주면 더 좋으련만~
(남편아, 보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