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칼국수

감기엔 칼국수

by taesu

장마도 아닌데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

더딘 가을을 재촉하려 내리는 비인가,

태풍이 지나가나.

비바람이 불었다가 개였다가

날씨 따라 옷을 입었다가 벗으니

코가 간질간질한 것이 감기가 오려나 보다.


어림없지., 그렇지 않아도 짧은 가을을

내가 코나 풀며 보낼쏘냐.

이럴 때는 칼국수를 먹어야지.

디포리와 다시마, 양파, 대파, 무를 넣고

육수를 우린다.


코인 육수를 사용해도 좋지만 가끔은 좀 번거로워도

육수를 내고 싶은 날이 있단 말이지.


내 몸에 좋은 보약을 달이듯 육수를 우려내고,

수행하듯 칼국수 반죽을 준비한다.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식용유도 조금,

미지근한 물을 섞어가며 이리저리 치대준다.


한 30분 숙성해두었다가 밀대로 쭉쭉 밀어

얇게 펴서 바쁜 아침 이불 말듯 둘둘 말아

칼로 썰어주면 면 만들기는 끝이 난다.


면이 달라붙지 않게 하려면 밀가루를

흩뿌려 털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뭉근하게 끓여둔 육수에 당근, 애호박, 감자 등을

넣어 한소끔 더 끓여주다가 채소들이 익었다 싶으면

면을 넣고 센불로 끓인다.


오늘의 스페셜 게스트는 바지락이다.

작은 고추가 맵고, 작은 바지락이 시원하지.


특별히 작은 바지락이 시원한 것은 아니고,


크기는 작아도 충분히 국물을 시원하게 만든다는 말.)


너무 빨리 넣으면 바지락살이 질겨지니

채소는 먼저 익히고 면을 넣을 때 함께

바지락을 넣는다.


구수한 육수 냄새 위로 밀가루 익는 냄새가 나고,

걸쭉해진 국물에 면이 뜨기 시작하면

칼국수가 다 되었다는 말이다.


불을 끄고 그릇에 담고 양념장을 넣어

한 젓가락 후루룩.

잘 익은 김치 한 입 먹고

한 젓가락 후루룩.


뜨거운 김에 콧물 닦아가며

칼국수 한 그릇 뚝딱하고 나면

들어오던 감기도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간다.


그나저나 단풍놀이 가고 싶은 내 맘도 모르는

이 비 님은 언제 가시려나,

내일이면 가시려나. 모레면 가시려나.


하긴 내일 가면 어떠하고 모레 가면 어떠하냐.

내일도 안 가고 모레도 안 가면

김치 넣고 김치 칼국수나 한 번 더 만들어 먹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