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아찌

누가 넘버 쓰리래~

by taesu

한국 사람들은 왜 빈 땅을

그냥 두지 못하는 것일까.


작은 화단도 그냥 두고 보지 못하고

상추며 쪽파며 방울토마토며

고추 등을 심는다.


모종이 나오는 시기가 되면


너도나도 앞다투어 모종을 산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한때 상추,고추에

이어 먹지도 않는 가지 모종도 사본 적이 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쉽게 기를 수 있고,

다 기르면 먹을 수도 있고,

또 워낙에 잘 자라니

키우는 재미도 있지.


그러나 욕심만큼 많이 먹지 못하니

폭탄 돌리기 하듯 나눔이 시작된다.


초여름 상추를 시작으로 가지,

청양고추 등 돌고 돌아

우리 집까지 온 채소들이

팔짱을 끼고 서서

이제 나를 어쩔 거냐 하고 째려본다.


먹어야지, 어쩌겠어.

상추는 겉절이로 무쳐 먹고, 샐러드에도 넣어 먹고,

쌈도 싸 먹지만 아, 매운 고추!


아, 너를 어쩌니…


냉동실엔 이미 얼린 청양고추가 있으니 또 얼릴 수도 없고,

매워서 아이 반찬에 넣을 수도 없고,

번거로워도 어쩌겠나.

장아찌가 되는 수밖에.


당장은 갈 곳 없는 신세지만

장아찌가 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소금물에 절여 삭힌 고추를

장아찌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삭힌 고추는 소금물을 사용하고,

간장 베이스의 고추장아찌에 비해

난이도가 높기때문에


나는 주로 간장 베이스의 장아찌를 담근다.


장아찌 담그기 제1의 법칙은

유리병 열탕 소독부터.


열탕소독 후 자연건조를 하기 때문에

무조건 가장 먼저 할 일은 병을

소독하여 말려주는 것이다.


병을 말려둔 다음에서 할 일은

식초 물에 목욕재계.

채반에 받쳐 물기를 탈탈 털어주고,

마르거나 검게 변한 것이 있다면

손질해 주고, 고추 끝을 잘라내어

양념이 잘 스며들 수 있게 해준다.


간장 물은 고추는 400g 기준으로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 2컵,

진간장 1컵, 설탕 반 컵,

매실 진액 반 컵, 식초 1컵.


손질해 둔 고추를 병에 담고

파르르 끓인 간장 물을 부어주면 끝.

실온에 하루 두었다가 냉장고 안쪽에


자리를 만들어준다.


장아찌가 되기 전에는

그저 이걸 어찌 다 먹냐, 하지만

장아찌가 되면 고기를 먹을 때,

부침개 먹을 때,

보리차에 찬밥 말아 먹을 때 등

인기스타처럼 시도 때도 없이

식탁으로 불려 다니게 된다.

(청양고추, 누가 넘버 쓰리래~)


그렇게 열심히 먹다 보면 간장 물만

남는데 양념장 만들어 먹으면

그 맛이 또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말 그대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걸 어찌다 먹냐 투덜거리지만

나중에는 누가 다 먹었냐 한다.


내년에는 내가 야채폭탄 돌리기에서


받은 고추로 고추장아찌를 담아


이집 저집 나누어 먹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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