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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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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적 관찰자 시점 Nov 22. 2016

왜 결혼 안했어요?

결혼, 꼭 해야 하나요? 

세상에 수많은 꽃이 있지만 그 중에 내 꽃은 없고.



남들이 봤을 때 결혼 적령기라는 시선을 넘기고 보니 종종 제목과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그래도 그건 일상적인 것이고 좀 더 직설적인 사람들은 이렇게도 물어온다.


"결혼, 안 한 거예요? 못한 거예요?"

"혹시 돌싱?"


결혼을 못한 것도 아니고, 했다가 돌아온 것도 아니지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종종 뜨악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을 아직 못 만나서요."


그게 정답인 것 같다. 




나는 꽤 이기적인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전혀 규칙적이지 않다.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깬다. 

잠드는 시간은 정말로 비규칙적이라 

같이 살고 있는 다른 가족(이를 테면 부모님)은 꽤나 싫어하셨다. 

당신들의 수면을 방해 받기 일쑤니까.


놀다 보면 새벽에 들어오는 일도 자주 있다. 그 때 들어와서도 바로 자는 게 아니라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가스레인지를 켜고 수동 그라인더를 돌리곤 한다. 


같이 살 수 밖에 없는, 피를 나눈 가족조차도 화가 날만한 행동 패턴인데 하물며 남이, 

그런 걸 이해해주리라곤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 사는 게 딱 맞는 타입일지도.


더군다나 몇 년 전 마지막 연애를 끝내고 난 이후로는 외로움도 느끼지 않는 심장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생각해보면 원래 외로움 같은 건 생각지도 않고 지내는 사람인 것 같지만. 


그건 전부 내 탓이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면을 가진 탓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어릴 때는 명절이면 꼬박 꼬박 친척댁을 방문해야 했지만 

몇 년을 해외에서 명절을 지내다 보니 시들시들해졌다. 

이제는 제삿상이나 차례상으로부터 해방된 어머니 덕분에 우리집은 그것도 유명무실해졌다. 


명절이면 그저 우리 가족끼리 어디 여행갈 궁리만 하는 집안인지라 

결혼 후 시댁이며 차례며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을 생각을 하니 굳이? 하는 생각도 드는 탓이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애를 낳아야지."

"흐음. 굳이 애를 낳아야 할까요? 잘 키울 자신이 없어요. 내 모든 생활을 뒤엎고 매달릴 만한 자신이."


안타깝게도 주변 친구들의 생활을 통해 육아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아는 게 문제일 것이다. 

한 생명의 삶을 책임 진다는 건, 

집에서 키우는 한 마리 강아지의 케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게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개 한 마리도 가끔 내 맘대로 안될 때가 많은데, 사람을 키운다니. 

더더욱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너같은 애가 애기를 낳으면 오히려 더 애지중지 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쓰게 웃었다. 


"그럴까봐서요. 아주 안달복달하겠죠. 

그렇게 매달리고 집착하게 되는 나 자신이 싫어서 나는 전부 하기 싫으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존경해요."


그러니까 겁쟁이라서 저는 결혼 안해요. 

책임지지 못할 일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 주의라서. 

그래도 혹시 모르죠. 

같이 살고 싶어지는 사람이 나타나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할지도.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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