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지적 관찰자 시점 Apr 25. 2024

오만

(우물 안 개구리)


가족과 독립해서 1인가구로 살았다곤 해도 

부모님 댁과의 거리는 불과 차로 5분.

손만 뻗으면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거리.


고향을 떠나 본 적도 없기에 

어린 시절의 친구와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리에서 그대로 살았다.


그래서 나는 감히 말하고 다녔었다.


"난 혼자 있어도 외로움따위 한번도 느껴본 적 없어."


그러다 얼핏 고향을 떠나고, 

부모님 곁을 떠나 

친구라곤 한 명도 없는 낯선 도시에 덜컥 떨어져 내렸다.


정든 곳을 떠나온 지 3개월쯤 지났을까.


내가 떠나온 곳에서 여전히 

나없이도 즐겁게 지내는 이들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때야 깨달았다.

'아, 나 외로운 거구나.'

이게 외롭다는 감정이구나.


그저 만만하게 밥 한끼 같이 하자고 할 

친구 하나 없다는 거,

이거 참 외로운 거구나.


이제야 깨닫는다.

외로움따위 한번도 느껴본 적 없다는 말.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그저 나는 좁디 좁은 세상만 아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취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