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선생님: 봉급

교사만나서 팔자 펴본다고?

by 베로니카


2008년 3월, 첫 월급을 받았다. 알바비 아니고, 기간제 월급 아니고, 교사로서의 첫 월급. 명세서는 환상이었다. 100만원이 넘다니. 월급이 백만원이 훌쩍 넘다니. 오, 자세히 보니 150만원도 넘었다. 나는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월세를 내고도, 핸드폰 요금을 내고도, 먹고싶은 비엔나 소시지를 잔뜩 먹어도 월급이 남아서 저축을 할 수 있게 되다니. 할렐루야. 곧 전셋집을 구하고, 집을 사고, 차도 사고, 그러고도 저축을 할 수 있겠다며 천안시 어딘가에 커다란 평수의 아파트에서 방마다 서재, 옷방, 악기실을 꾸미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나는 전세집으로 옮기면서 대출이라는것을 받아봤다. 씀씀이가 커지는것에 비해 내 월급은 정말 적게 올랐다. 그래도 행복했다. 월급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씀씀이가 커지는 속도보다 월급 오르는 속도가 적은건 조금 걱정해야할 부분이었다.


그 즈음, 셋째동생이 취직을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수능 수학을 만점받아 공대를 다닌 문과생이다. 내가 해마다 학교에서 허덕이며 주름살을 늘리는 동안 얘가 S그룹에 취직을 했다. 집안의 경사였다. 막 신입사원이 된 동생은 나에게 월급을 물었다. 나도 동생에게 월급을 물었다. 놀랍게도, 내 지금 월급이랑 실수령액이 똑같은것 아닌가. 역시 대기업은 좋다. 그러나 또 있었다. 대기업의 성과급이 내 일년치 연봉과 거의 비슷하게 한번 더 나온다는 걸. 참고로 교사의 성과급 비스무레한 것이 있긴 하다. 일년에 한 번 나온다. 액수는 많으면 한달 월급정도이고 성과가 낮으면 그것보다 낮게 나온다. 정리하자면 대기업 신입사원은 공무원 N년차 연봉의 N배라는 것을. 다른 기업에 다니고 있는 내 친구도 내 실수령액을 들으면 그 연차에 그 월급이냐며 깜짝 놀랄 정도다.


여교사가 결혼정보회사에서 몇 위하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1위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만 안다. 교사와 결혼해서는 절대 부자가 되거나, 대출을 많이 받는다거나 하는 일을 절대 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집에오면 녹초가 되어서 살림을 할 기력도 별로 없고(살림도 재주라, 교사인것과는 관계가 없다), 월급도 대기업의 몇분의 1이고, 근무년수와 연봉을 다 계산해봐도 대기업이 월등하게 높다고 한다.


교사를 만나면 팔자핀다는 말은 어느 시절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방학이 있다고 쳐. 내 방학이 배우자랑 무슨상관이지? 그리고 방학때 노는거 아니라고. 아무튼, 내가 직접 여교사로 살아본 결과, 여교사가 결혼상대 1위일리가 없다. 돈을 많이 벌거나, 아이들을 잘 돌보거나, 아이들을 입학식 졸업식이라도 챙겨다닐 배우자를 원한다면 대기업다니는 회사원이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이 더 적합하다. 교사는 정말 사랑해서 배우자 삼아야 한다는 걸 10년이 훨씬 넘어서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남편,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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