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선생님: 소외

나를 소외시키는 선생님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by 베로니카



교사 n년차, 연구보고서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수했다. 토론교육의 성과를 저장하고 싶었을 뿐(그때 책을 썼으면...) 그런데 그게 등급이 나왔다. 다음 해도 그다음 해에도 등급이 쭉쭉 나와줬다. 누군가 말했다. 능력있다고. 그때, 생각했다. 오. 나도 승진할 수 있을까?


보고서가 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해, 부장교사 희망원을 제출했다. 모두가 보직을 기피하는 큰 학교였다. 나는 교육과정을 잘 짰고, 무엇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많은 분이 기피하는 보직이니 별문제 없이 보직교사 인생을 시작하리라 기대했다. 업무 발표날, 나는 전혀 다른 곳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나는 옆 테이블에서 한 선생님이 나는 싫었는데 자꾸 교감선생님께서 보직을 맡아달라 전화를 주셨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희망한 그 보직이었다. 어쩐지, 학교에서 연락이 없더라. 민망했다.


다음 해, 작은 학교로 왔다. 이전 학교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좀 더 바빴지만 여느해처럼 보고서를 썼다. 교장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딱 도시 사람처럼 썼네." 라고 하셨다. 그 해 보고서는 탈락했다. 그리고 1년 내내 나를 볼때마다 누구는 애가 둘인데 일을 이렇게 따오는데 너는 학급관리는 제대로 하냐며 공격하시는 교장선생님께 엉엉 울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나는 보직교사도, 승진도 못하게되겠다는 웃기고 교만한 생각을 했다. 어른들은 척보면 견적이 나온다던데, 그 견적, 관리자들은 알고 나는 몰랐다. 누군가에겐 사소할 이 사건이 유난히 나에게 마음 아픈 이유가 있다.


늘, 위기 속에서 공부를 했다. 5등을 하면 1등을 하라던, 1등을 하면 전교 1등을 하라는 소리를 들으며 컸다. 그래서 나를 알아줄 생각이 애시당초 없었던 이들에게 '이만큼 하고 있다'고 늘 증명하고 싶었다. 교사가 되고 사실 다 됐다. 나는 해냈어, 라고 생각했다.


"누구는 교감이고 누구는 장학사더라.. 너도 교장으로 퇴직해야지 않니?"


임용고사 합격한 날 스물다섯살의 내가 들은 축하인사다. 그래서였을까? 그 말에 대한 내 생각을 보탤 여유도 없이 그저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서 보고서라도 써보고, 승진점수를 모아보고도 싶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 적어도 내 자신에게는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일찌감치 나의 그릇을 파악해주셨던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쓸데없는 환상으로 들러리를 서며 보고서 쓰지 않아도 되어서 말이다. 사실 일을 하고 보고서 쓰면서 얼마나 히스테리를 부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해서 받은 상장이 어디있는지도 모른다. 그분들께 서운한 적이야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일련의 사건을 아는 친구가 말했다. "그러면 참교사로 살면 되겠네."라고. 싫다. 참교사? 그건 또 뭐야. 참교사를 목표로 살고싶지도 않다. 열정을 쏟는다면 뭐든 더 좋겠지만 무리하고 싶지 않다. 내 직업이 "알려주는" 일이니까 더 공부해서 좋은 것들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반 아이들이랑 더 많이 놀고, 얘기할거다. 그리고 집에 가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 지금은 그렇게 살고있다. 사실, 진작 그럴걸 아쉽기도 하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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