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선생님: 억울함

나만 억울해? 그런거야?

by 베로니카


어느날이었다. 너무 보통의 어느날.


1교시, 토론활동을 시켰다. 간단히 설명을 하고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많았지. 그리고 나는 잠시 물을 마시는데, 교장선생님이 우리 교실 창문너머로 스윽 교실을 훑고 지나가셨다. 한여름이었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말했다. 얘들아. 조용조용히 말하자.


5학년 아이들과 미술수업을 했다. 종이를 오려붙이는 활동이었다. 나는 미술을 5,6교시에 배치한다. 아이들이 점심먹고 졸리고 집에가고 싶을 시간에 미술을 하면 아이들 컨디션이 조금 나아진다. 대부분의 5학년은 학원을 가거나 방과후학교를 가야하니, 이때 충전하는 시간이라도 가져야지. 매일 학교 오는것도 참 대단한데 학원에 방과후에 각종 학습지까지. 짠한 아이들. 아이들은 신나게 종이를 이리오리고 저리오렸다.


그렇게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점심시간에 청소를 했지만 다시 교실바닥은 지우개가루와 종이가루의 향연. 아름답다..쿨럭. 자기자리를 청소하고, 뒷정리를 하는 도우미가 최선을 다해 정리를 했지만 중간에 오늘따라 학원간다고 호다닥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보내고 자리에 앉아 얼른 올리라는 공문을 두다다다 작성하고 있었다. 이것만 하고 교실좀 다시 정리해야지.


하는 순간,


드르륵. 앞문이 열렸다. 어, 교감선생님. 하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교감선생님은 교실을 쭈욱 둘러보더니 말씀하셨다. 아유, 남선생님 교실은 항상 좀 지저분한것 같아. 청소좀 해.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호호호호, 아유 내가 자기 생각해서 하는 얘기인거 알지? 정리 잘해서 좋을거 없잖아. 하고 문을 탁 닫고 나가셨다.


자리에 앉아 기안문을 작성하다 결재라인을 보았다. 이거 교감선생님이 수업 끝나자마자 빨리 올려달라고 한 공문인데.


평소에 잘하다가 뭔가 이런날 꼭 억울하더라.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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