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명 베로니카: 어떻게 오셨어요?

갑자기 성당 문을 벌컥 열었다

by 베로니카

2015년,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는 집 앞 공원을 걷고 있었습니다.

공원 코너를 도는 지점에서, 남편이 말했습니다.

"나, 성당 가야 될 것 같아."


저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성당? 왜? 이 동네에 성당이 있어?"

"모르겠어. 그게 맞는 것 같아. 너는 네가 좋아하는 종교 가져도 되니까, 나는 조만간 한번 가봐야 될 것 같아."


그때만 해도 저는 성당은 마리아를 모시는 종교다,라는 항간의 이야기를 신뢰하고 있어서 거기 좀 이상하지 않나,라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습니다.


남편은 제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난 뒤에,

너는 그 의견대로 해라 나는 성당을 가겠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저 역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저 역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만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저도 자기 인생을 몽땅 하느님께 드리는 사제와 수도자들이 있는 그곳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례를 받아야 된다는 엄청난 결심은 없었지만요.


남편이 성당 가겠다고 한 지 정확히 두 달 뒤,

6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옷을 챙겨 입길래 저도 별생각 없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그리고 산책 나가는 줄 알고 쭐래쭐래 따라나섰습니다.

번잡한 먹자골목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탁 트니,

이런 세상이 있었나 싶은 공간이 등장했습니다.

늘 다니던 길인데 처음보는 곳 같았어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그곳만은 고요했습니다.

남편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습니다.


입구에는 누가 봐도 신부님이신 분이 서 계셨고,

돌진해온 우리를 약간 이상하게 보시는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나 생각하는 사이에 남편이 말했습니다.


"성당 다니고 싶어서 왔습니다."


신부님은 네? 하시더니, 아, 잠시 사무실로 가서 기다리시죠. 하시면서 오가는 신자분들과 인사하셨습니다.

사무실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몇 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긴장되는 마음은 점점 가라앉았습니다.

잠시 후, 신부님께서 사무실로 들어오시더니 우리 앞에 앉으셨습니다.


"어떻게 오셨나요?"


잠깐의 정적.


"성당에 다니고 싶어서 왔습니다."

남편이 말했습니다.

"원래 다니던 곳이 있으셨나요?"

"교회 다녔습니다."

"오, 신기하네요.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가시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개신교 다니시다가 가톨릭으로 오시는 경우는 저는 처음입니다."

알고 봤더니 올 초에 부임하신 새신부님이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우리 부부의 간단한 호구조사를 마치신 후, 마침 다음 주부터 성탄 세례자 예비자 교리가 있는데 들으시겠어요? 하고 물으셨습니다.

남편은 네! 했고, 나도 대답했습니다.

부부니까 당연히 같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다음 주 목요일 저녁 일곱 시 반에 1층 교리실로 오세요. 하시며, 신부님은

"잠시 후에 저녁 미사가 있는데 편하게 뒤에 앉아서 같이 미사 드리고 가세요." 하시고는 가셨습니다.


우리는 사무실에 앉아 나란히 예비자 교리 신청서를 쓰고,

2층으로 걸어 올라가 갓을 쓴 김대건 신부님 성상을 지나

묵직한 성전의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미사시간이 되려면 한시간 정도 남아 성전엔 거의 몇사람 없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난생처음 엄청난 크기의 십자고상과 마주했습니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한시간 정도 앉아있었어요. 그 시간동안 아무대화도,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 하느님께서 초대하신 첫 미사에 함께했습니다.

그다음 주 목요일 저녁, 첫 교리수업을 가려고 할 때

뭔가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참을만 했습니다

그 다음주 교리일에 저는 그게 입덧인걸 알았습니다.

두 차례의 계류유산을 거친 뒤, 예비자교리를 시작함과 동시에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아이가 찾아온거죠. 그 아이도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어 성당 주일학교 미사를 가장 좋아하네요.


종종 그날을 생각합니다. 신부님 말씀대로 우리가 어떻게 성당으로 갔을까요? 성당 문 열고 들어가는 거 말고는 할줄 아는게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오늘을 위해 저희를 지켜보고 지켜주고 계셨겠죠. 그리고 저를 위한 기도도 분명 적지 않았을테고요.


다시 누군가가 그자리에서 어떻게 오셨나요? 라고 물으시면, 왠지 마음이 뭉클해져서 왔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이래저래 생각해도 성당 다니고 싶어서 왔어요가 정답이긴 하지만요.


202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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