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이 떨어졌어요. (예?) 제 마음속에 최애라는 벼락이.
어떤 일을 하고 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구는 것이 미덕같이 여겨지곤 한다. 기분 좋다고 웃으며 회사 사람을 대하고, 기분이 안 좋다고 찡그린 채 일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의 순리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경험들은 으레 '처음 하는 것'이기에, 그만큼 새롭고, 강렬하고, 놀라움의 연속이니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 '처음 하는 것'들이 이미 몇 번씩 반복되었음을 의미하고, 그것은 예전만큼의 강렬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과 동어가 되기도 한다.
나뭇잎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 그때가 좋은 거다.
학창 시절 사소한 일에도 포복절도 박장대소가 끊이지 않는 우리를 보며 선생님이 하던 말씀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 그때의 감정이라는 녀석은 다채로웠다. 많이 웃는 만큼 많이 울기도 하고 절망도 하고 화도 내고... 십몇 년 살아낸 시간이 무엇이 그리도 심각했던 건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도 종종 느꼈다.
성인이 되고, 대학을 가고, 밥벌이를 하며 산 지도 어언 20년 가까이 흘렀다. 이젠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단 감정을 누르고 억제하는 것이 '프로'다운 모습이라는, 무의식적 공식이 체화된 듯하다. 거기에 나이를 먹고 직장생활이 길어질수록 평소의 나는 웬만해선 크게 요동치려고 하지 않는, 잔잔한 호수 같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30대에 접어들면 각자 다양한 인생의 과업들이 하나씩 클리어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조금씩 안정적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하면 이내 삶의 권태로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보통 먹고사는 문제인 '직업'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나면 결혼, 출산, 육아 등등 일련의 인생 퀘스트가 기다린다.
그런데 이 기점에서 출산과 육아 루트를 타지 않는다면 30대 중후반쯤부터는 인생이 크게 요동칠 일이 정말로 없어진다. 이다지도 잔잔하게 흐르는 삶이라니. 혼돈의 20대를 보내며 그땐 그리도 꿈꿨던 모습인데 인간이 마음은 얼마나 간사한가! 인생이 참 단조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이렇게 길고 긴 그럴듯한 이야기를 풀어낸 건 결국 다음 한 문장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 둘 대신 아이돌 덕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