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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y Park Apr 09. 2022

모두의연구소 (겨우) 1주일 출근하고 적어보는 회고

경쟁에서 협력으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가는 여정

밑밥 까는 글 (^^)


모두연(모두의 연구소)으로 출근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정확하게는 워킹데이 기준으로 5일)


새로운 조직으로 출근한 지 이제 겨우 한 주밖에 안되었는데 무슨 회고할 꺼리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본인도 다소 성급한 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쓰는 것이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저함이 있다.


이 시점에 이 글을 쓰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 또 다른 이유는 직장인들에게 거의 진리처럼 받아 들여지는 ‘입사할 때는 조직이나 회사를 보고 들어가지만, 나올 때는 사람 때문에 퇴사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단기간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 주로 볼 거리가 있는 유명한 곳 위주로 가게 되고, 겉으로 보이는 풍광이나 건축물을 보며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한 지역에 장기 체류를 하게 되면 건물과 풍광 대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게 되고, 온갖 다양하고 때로는 추악한 인간 군상을 접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하지만, 어쩌면 외부인의 관점이 아직 남아 있는 현 시점에서 다소 낯선 시각으로 이 조직에 대한 단상을 적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단기간 체류한 관광객의 시점으로 관찰 가능한 조직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놓고, 시간이 흐른 후 장기 거주자의 관점에서 다시 회고를 하게 되면 이 조직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짧은 기간 동안 관찰한 바로 모두연은 서로 다른 의견을 솔직히 드러내고 토론하는 투명함을 지향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이 조직의 구성원이 된 이상 이러한 방향성에 동참(?)하고 이런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노력과 발버둥의 산물이라고 이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신규 직원의 시선으로 바라본 모두의연구소


출근한 지 한 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회의와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타이밍이 잘 맞아서 한 달에 한번 진행되는 타운홀 미팅 성격의 전사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고, 다른 부서에서 업무 방향성 정립을 위해 대표이사 배석 하에 2시간 가까이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으며, 2주에 한번씩 진행하는 소속 부서의 스프린트 회고 미팅도 처음으로 경험해봤다. 이외에도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콘텐츠와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캠퍼스 교육 과정을 현장에서 운영하는 실무자들과의 미팅에 참석하여 현장의 실질적인 이슈와 논의 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첫 주부터 이런저런 미팅이 많다 보니 심지어 어떤 날은 업무 시간 중 6~7시간 정도가 이런 회의와 모임으로 채워져 도시락을 사다 먹으면서 온라인으로 참석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는 시점과 저녁 업무 마감 시간 전에 진행하는 30분 이내의 데일리 스프린트 팀 미팅까지 포함하면... ㅎㅎ


이쯤에서 서론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본인이 일주일 동안 근무하면서 체험한 직원 경험(EX: Employee eXperience)을 3가지 측면에서 회고해 보려 한다.


(1) 경쟁에서 공유와 협력으로

“Share Value, Grow Together”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 ‘공유’는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하는 방식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가급적 DM(Direct Message)을 줄이고 아주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가급적 공개적으로 업무 커뮤니케이션 하기를 권장한다.


모두연의 업무 진행은 MS Teams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안에 전사 채널과 대단위 부서별 채널이 존재하고, 본인이 속한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의 채널에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업무 요청이나 정보 공유를 하고 다른 부서가 업무상 진행하는 의사소통 내용도 곁눈질 할 수 있다.


또한, 짧게 경험해 본 바로 팀즈에서 ‘새 대화’ 글이 올라오면 여기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계된 분들이 적극적으로 댓글을 단다. 본인의 경우,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종종 잘 모르는 것을 질문하거나 정보를 요청하는 글을 올리고 다양한 페친들의 풍부한 집단지성을 활용하곤 한다. 이렇게 댓글 형식으로 정보와 지식을 주고 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팀즈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이런 형태의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다만, 적지 않은 부서와 인원들이 다양한 이슈에 대해 글을 올리고 거기에 또 다양한 구성원들이 의견과 정보를 댓글로 달기 때문에 TMI 현상이 발생하기 쉽고 댓글의 홍수에 휩쓸리거나 업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본인이 첫 출근 후 업무 환경 세팅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거나 풀잎스쿨 참여 관련해서 담당 부서 채널에 글을 올렸더니 회신이 상당히 빠르게 오는 것을 경험했고, 더 나아가 업무 담당자가 아닌 직원분들도 끼어들어(^^) 조언을 주거나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보고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이전까지 근무했던 몇몇 회사들은 조직 내부에서의 공유와 협력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부서간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들도 있었다. 비교적 큰 회사의 영업 조직에서 일했을 때에는 영업 직원들 사이에 영역 다툼이 치열했고, 때로 동료 직원이 자신의 고객과 실적을 가로채는 상황이 벌어지면 둘 사이에 큰 다툼과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갈등 상황이 발생해도 매니저는 별로 개입하지 않으려 했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전체 실적만 잘 나오면 된다는 태도를 보여줬었다. 또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가 회사 내에 하나만 있으면 시간이 흐르면서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까 걱정한 나머지 부서를 자꾸 여러 개로 쪼개서 같은 업무를 하는 팀들 사이에서도 경쟁을 시키는 정책을 선호했던 회사도 있었다.


조직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이런 정책과 문화가 자리 잡았겠지만, 대체로 이런 조직들은 최근 조직문화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2)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그리고 '성과'에 대한 평가에서 '역량'에 대한 평가로


모두연은 동료와의 경쟁을 ‘지양’하기 때문에 상대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굳게 지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향점은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평가 뿐만 아니라 모두연이 운영하고 있는 아이펠(AIFFEL)이라는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에도 반영이 되고 있었다.


내가 참관했던 모임 중에 아이펠 캠퍼스에서 교육생들에 대한 상대평가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던 자리가 있었다.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토론 참석자들 중에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의견들이 많아 보였고, 교육 내용과 상황에 따라 일부 상대평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 대한 논란은 교육학 쪽에서도 쉽지 않은 주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입시 과목 중 영어에는 이미 절대평가가 도입되어 있고,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래 전부터 총괄평가 대신 과정 중심의 형성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가 공교육 분야에서도 정책으로 반영되어 왔다. 하지만, 사교육 분야에서나 교육 기업들이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지지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려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사례를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부 토론 모임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봤던 것은 대표이사가 배석한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교환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아이펠 교육과정이 나름 인정받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교육생들을 지원하고 돕는 '퍼실'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 이면에는 이처럼 모두연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교육 철학을 현장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지금까지 모두연에는 (믿거나 말거나 ^^) 일반적인 회사들이 실시하는 ‘평가’가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인용체로 적는 것은 전사 타운홀 미팅에서 대표이사이자 소장님이 하신 말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기 때문임) 회사 홈페이지나 모두연의 가치관과 철학을 담은 대표이사의 인터뷰 동영상 등을 통해 모두연이 상대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가를 아예 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놀라웠다. 그런데, 내가 참석했던 타운홀 미팅을 통해 ‘성과’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지만 대신 앞으로는 ‘역량’에 대한 평가를 하겠다는 대표이사의 말을 들었다.


모두연은 조직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6가지 핵심 가치(Core Value)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01 [상생] Sustainability 우리는 함께 상생해요

02 [신뢰] Trust 우리는 서로를 신뢰해요

03 [열정] Enthusiastic 우리는 열정적이에요

04 [자기주도성] Self-direction 우리는 자기주도적으로 일해요

05 [투명한소통] Transparent 우리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요

06 [문화확산] Diffuse  우리는 모두연 문화를 전파해요   


또한, 이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일을 잘하기 위한 9가지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1) 역량

전문역량 - 맡은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문제정의능력 - 문제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고, 그 문제를 스마트하게 해결한다.

이해력 - 모두연과 관련된 정보를 잘 수집하고 있고, 이미 이해하고 있다.  

우선순위 선정능력 - 투입 리소스 대비 효과가 높은 업무들을 구분해 낼 수 있다.  


2) 태도

소통 능력 - 내가 가진 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할 수 있고, 나의 생각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으며, 다른 모두팸의 생각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고,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오도록 함께 토론할 수 있다. 

적극적 참여 - 모두연과 관련된 일에 누가 푸쉬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신뢰도 - 투명한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책임지고 업무를 완수한다. 


3) 영향력

대외 홍보력 - 모두연과 모두연 문화를 이해하고,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대내 영향력 - 주변에 즐거움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다.  


모두연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가치와 역량들은 개인적으로 충분히 공감이 가고 정말 중요한 항목들을 선별해서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의 문제는 쉽지 않은 주제인 것 같아서 오랜 시간 다각도의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과 중심 평가도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역량 중심 평가는 더더욱 수치화하기도 어렵고 마치 암묵지를 평가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팀 스프린트 회고를 통해 느낀 점


모두연에서의 첫 주를 마무리 하면서 금요일 오후 늦게 진행되는 스프린트 회고에 참여하였다.

모두연에서는 부서별로 2주 단위로 스프린트 셋업을 하고 2주가 끝나가는 시점에 회고를 실시하고 있다. 첫 출근이었지만 계획된 2주가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처음으로 스프린트 회고 미팅에 참석할 수 있었다.


스프린트 회고는 익명으로 각자 마음 상태를 1~5점 사이의 점수로 매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아직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지 않은 첫 주이기도 했고, 한 주 동안 경험한 조직문화나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관, 일하는 방식 등이 나와 너무 잘 맞는(fit) 것 같아 비교적 후한 점수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윽고 다른 일부 팀원들의 마음 상태는 나와 많은 차이가 있다는 현실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타 부서와의 협업에서 겪는 어려움과 마음 고생, 계획한 만큼 스프린트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 등으로 인해 마음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신규 직원으로 참여해서 그랬는지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에 대해 나누는 내용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의견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논의하다 보니 계획했던 2시간을 넘기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이렇게 업무상 고민을 나누다 보니 서로 조금씩 마음 상태가 나아지는 경험을 했다는 점이 좋았다. 스프린트 회고를 처음 경험해 보는 나로서는 다른 회사에서 분기나 반기에 한번 정도 경험할 수 있는 부서 워크샵을 미니 버전으로 진행한 느낌이었다. ^^


어느 조직이든 문제가 없는 조직은 없을 것이다.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 참석한 여러 회의에서도 불만을 표현하고 갈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다른 부서에 협조 요청을 하는 것이 무섭다’라는 말씀을 하는 직원분도 있었다. 문제는 어느 조직에나 있을테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상대방의 말이나 감정, 태도 등이 나를 타겟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구분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갈등과 문제를 회피하는 것보다 잘 싸우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결국 문제를 잘 해결하고 업무를 잘 하는 방법이 아닐까싶다. 


마무리 하면서


사실 개인적으로 경영 방식이나 조직 문화에 정해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업 경영은 해당 조직이 플레이하는 그라운드(시장, 지리적 위치 등)의 주변 환경 속에서 내부적으로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하거나 최소한 망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경영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업종이나 마켓에 따라 그 양상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조직 문화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해당 조직이 지향하는 바(경영 목적이든 비전 또는 미션이든)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이 최적화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꿔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직 문화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에 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들이 많아서 제대로 가꿔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연에서 첫 주를 보내며 아쉬운 점도 있고, 또 앞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앞으로 일하면서 꾸준히 고민해야 할 주제는 어떻게 하면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 또는 생존’이라는 명제와 ‘조직 구성원의 행복 추구’라는 목표를 양립시킬 수 있을지가 아닐까 한다


시간이 좀 더 흘러 겹겹이 무겁게 쌓인 문제들로 피로감이 몰려 올 때, 지금 적는 회고를 돌아보며 본질과 지향점을 다시 고민해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글만 적고 마무리 하려니 너무 심심해서 <모두연 사용설명서>를 덧붙여 본다.

이 사용 설명서에 대해서는 모두연에서 좀 더 업무 경험을 쌓은 후 좀 더 내실 있게 회고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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