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조직을 넘어 커뮤니티 학습으로
최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체계를 정립하는 작업을 하면서 학습조직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있습니다. 학습조직에 대해 살펴보려고 할 때 처음에 당면하는 문제는 이와 관련된 개념들에 대한 이해입니다. 학습조직과 관련해서 크게 3가지 정도의 용어가 존재하는데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면 처음에는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습조직과 관련된 주요 개념들로는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 조직학습(Organizational Learning), 그리고 실천공동체(CoP; Community of Practice) 등이 있습니다. 이 개념들은 기본적으로 조직 내에서 학습과 지식 공유를 촉진하고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개념들입니다. 하지만, 학습의 주체나 방식, 목적 등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실천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특정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비공식적인 학습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대체로 개인 간의 비공식적이고 자발적인 학습을 통해 집단적인 지식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실천공동체가 가지는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공식적이고 자발적인 모임: 특정한 문제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학습하고 성장하는 비공식적인 모임입니다.
경험과 실천 공유: 구성원들간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실천적 지식을 축적합니다.
소속감과 신뢰: 구성원 간의 신뢰와 소속감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학습의 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지속적인 학습의 장: 특정 프로젝트나 공식적인 목표에 한정되지 않고, 지속적인 학습과 지식 공유를 위한 장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실천공동체의 특징은 아래 그림과 같이 Domain, Community, Practice로 요약되기도 합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주제로 스터디 그룹을 구성하여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조직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은 조직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조직 내 공식적인 활동을 통해 기존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이 과정에서 학습이 조직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방식에 주목하며,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통해 개인과 조직이 스스로를 개선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기대합니다.
조직학습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별 학습에서 조직 차원의 변화로 전이: 개인이 학습한 지식을 조직 전체에 확산하여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경험에서의 학습: 조직은 실패나 성공을 통해 얻은 교훈을 학습하고, 이를 절차와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갑니다.
지식 관리: 조직 내에서 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전체적인 학습 효과를 증대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회사 내에서 수행한 프로젝트가 실패한 후 그 원인을 분석하고, 분석한 결과를 지식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여 향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하는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은 전체 조직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학습을 통해 변화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으로 조직 구조와 문화까지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학습조직에 관한 연구는 1990년대 피터 센게(Peter Senge)의 저서 <The fifth discipline>의 출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터 센게는, 학습조직은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습을 일상 업무의 일부로 통합하는 구조를 의미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모든 조직원이 공유된 비전을 가지고,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며, 개인적 숙련과 팀 학습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즉, 조직 자체가 학습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는 일종의 체계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학습조직의 정의는 학자별로 다양한데 아래 표와 같이 대체로 시스템적 사고 관점, 학습 지향적 관점, 전략적 관점, 통합적 관점의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학습조직은 조직의 형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절차 또는 활동을 의미하는 조직학습과는 구분됩니다.
학습조직을 잘 운영하는 회사들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학습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관련 워크샵, 세미나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학습조직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설명 드린 3가지 개념들을 비교해 보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사실 학습조직은 기업 조직 내에서 이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습니다. 자발적인 성격을 가지는 실천공동체에 대해 회사에서 활동비 등 예산을 지원하기도 하고, 학습조직을 아예 제도화 시켜 운영해 오고 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또한, 국가에서도 학습조직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지원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다만, 학습조직이 조직 내에 궁극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나 조직 문화 수준까지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마치, 디지털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 문화까지 변화되어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더불어, 조직 내에서의 제도적인 지원이나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더라도 학습자들이 특정한 관심사에 대해 자발성을 가지고 학습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지속 가능하고 유의미한 학습조직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휘발성이 강하고, 불확실성이 크며, 복잡하고 모호한 VUCA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당면하여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상당수 VUCA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조직 내부 자원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이 출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획일하게 제공되는 교육훈련 외에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필요와 동기에 따라 민첩하게 학습할 수 있는 학습조직 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학습조직도 향후에는 조직 내부 맥락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외연을 확대하여 조직 외부에서도 적용 및 실행이 가능하도록 모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개인과 조직은 더 이상 스스로의 지식, 기술, 경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당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지식은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만 습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학습조직과 관련된 세 가지 개념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모두 조직 구성원 동료들과 함께 하는 일종의 ‘공동체(community) 학습’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이나 특정 조직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지닌 커뮤니티에서 협력 학습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티라는 관점에서 조직이라는 틀을 뛰어 넘어 확장된 학습조직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추구하는 새로운 학습 모델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관련 글] 커뮤니티 학습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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