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맞춰 일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야 합니다. (물론 자영업을 하거나 기업의 오너라면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떠나야 하는 시기를 늦출 수는 있겠죠) 저도 반백년을 넘겨 살다 보니 여러가지 이유로 조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2년 넘게 몸 담았던 회사에서 지난 달 퇴사했습니다. 계산해 보니 직장을 얼추 25년 정도 다녔습니다. 물론 중간에 잠시 쉬었던 기간도 있었구요. 그 동안 7개 정도의 회사를 거치며 한 조직에서 평균 3.5년 정도 일한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대부분 정규직이었고, 급여가 밀리더라도 못 받은 적은 없었고, 퇴사할 때 퇴직금도 잘 받았습니다.
부자들에게 돈이 많아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하죠. 우선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본인이 원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자기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일을 해주며 돈을 받습니다. 남이 원하는 일을 해주는 것이 싫으면 독립해서 자기 사업을 하면 됩니다. (물론, 자기 사업을 하게 되더라도 무수히 많은 하기 싫은 일을 직접 해야 하긴 합니다. ^^)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소득까지 얻을 수 있다면 덕업일치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은 인생을 충분히 커버할만한 재산이 축적되어 있지 않거나, 늦은 나이까지 경제적 소득을 지속해서 얻는 것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어떻게 덕업일치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남은 인생을 충분히 커버할만한 재산이 축적되어 있지 않거나, 늦은 나이까지 경제적 소득을 지속해서 얻는 것이 불확실한 경우에는 어떻게 덕업일치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엄청 탁월하고 인사이트 있는 해답이나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경험과 지식에 한계가 있는 저로서는 한 가지 밖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에 나를 맞춰 일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좀 더 나은 아이디어나 훌륭한 솔루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일에 나를 맞춰 일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일을 하는 것"
나에게 맞는 일을 선택해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 제가 읽어 본 많지 않은 몇 권의 커리어 관련 책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입니다. 자기 자신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으로 '이키가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고,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커리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일을 한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 외에도 개인별로 처한 세부적인 여건들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제가 속한 X세대의 경우, 소위 '낀 세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위로는 갈수록 나이 들어 가시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고, 아직 사회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에 대한 양육 부담도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이라는 트랙을 따라 열심히 달려온 탓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기도 하고, 전통적인 커리어 경로를 따라 살아오다가 갑자기 40~50대에 은퇴를 하게 되면 살아온만큼 더 살아가야 할 남은 인생 앞에서 방향성을 읽고 멘붕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생각지도 않았던 병이 생기거나 만성질환 등 건강 이슈가 생기면 향후 커리어 개척에도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건강 이슈는 단지 신체적인 수준을 넘어 자신감의 상실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별다른 건강 이슈가 없는 경우에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근손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체력과 에너지는 갈수록 떨어집니다.
커리어나 은퇴 설계에 대한 책을 읽고, 제 주변에 있는 몇몇 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상대에 따라 저의 고민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거꾸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을 만나 서로의 상황과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다행히,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면서 퇴사를 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충격이 크지는 않습니다. 코로나 시절을 비롯해서 이전에도 잠시 쉬는 기간을 가지면서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많이 초조하지도 않습니다. 지금의 기간을 또 다른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직장이 재택 근무를 기본으로 했던 회사였기 때문에 기존에 일했던 패턴을 유지해서 가급적 일과 시간을 느슨하게 보내지 않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유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조직에 속해 있던 때보다 운동도 훨씬 더 많이, 더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