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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욱 May 19. 2023

드디어 포탈이 생겼다!
고집을 꺾었나?

마그누스가 가져온 검은 사막의 변화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로벌 서비스 게임 검은 사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는 엔진부터 자체 개발한 실력 있는 게임사의 작품이라는 것. 두 번째는 P2W(pay to win)를 지향하지 않는 유일한 한국 게임사라는 것이다. 최근에야 금강선 디렉터와 함께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 아크가 좋은 게임의 대표작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펄어비스는 그전부터 꾸준히 이러한 행보를 보여왔다.


업데이트가 많든 적든 몇 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는 주 1회 업데이트
소통의 결과가 조금 나쁠 때도 있지만, 어찌 됐든 열심히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운영
자체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만들 정도로 게이머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적극적인 모습
출시는 감감무소식이지만 어찌 됐든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응원할 마음이 생기는 콘솔 위주의 붉은 사막과 도깨비


  블리자드를 한참 좋아했던 나에게 펄어비스는 마치 한국의 블리자드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게임 개발에 진심인 개발사 중 하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물론 지금의 블리자드는 조금 맛이 가버렸지만... 오버워치 2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음과 동시에 사내 문제로 거론되는 다양한 잡음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그런 걸 보여주는 행보 중 하나는 자신들만의 게임 철학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실주의, 현실주의를 지향하는 개발 철학. 즉, 당시에는 인스턴트 던전과 포탈을 개발할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아토락시온을 통해 인스턴트 던전이 등장했고, 이번 마그누스를 통해 포탈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철학을 잃어버리고, 초심을 잃어버린 개발 방향 아니야?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당 발언 당시 한국 게임판에서 포탈과 인스턴트 던전의 존재는 게임의 전체적인 세계관을 파괴하기 쉬운 시스템과 더불어 대부분의 양산형 게임이 선택하는 방식 중 하나로 취급됐다.


  개발자로서 그러한 게임들의 뒤를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그러한 발언의 의미와 목적은 이해가 된다.




공백 제외: 4696자


목차

1. 포탈을 개발한 이유 : 넓어져 버린 검은 사막의 세계

2. 마그누스가 가져온 검은 사막의 문제점 해결

- 스토리의 몰입감 문제

- 카메라 워킹

- 모델링 립싱크 기술의 유무

- 스토리의 몰입감 문제 해결

- 버려진 공간과 NPC의 재활용

- 마그누스가 연결하는 각 마을의 창고, 수송시스템의 개편




1. 포탈을 개발한 이유 : 넓어져 버린 검은 사막의 세계

초기에 공개된 지도는 확대하더라도 한눈에 볼 수 있는 크기였다.


  출시 당시에 존재했던 검은 사막의 세계는 가장 먼 거리라고 해봐야 칼페온과 메디아, 발렌시아의 거리였다. 사막이 조금 크긴 했어도 사막은 길을 잃고서 싸돌아다니는 게 하나의 콘텐츠였기 때문에 사실상 칼페온, 메디아 정도의 거리가 검은 사막 세계의 전부였다. 그렇기에 이때는 말을 타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 없이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고, 포탈의 부재가 게임성을 해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지도는 사실 전체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하지만 카마실비아, 드리간, 오딜리타, 대양 등의 다양한 업데이트를 거듭하면서 검은 사막의 세계는 광활해졌고, 환상마를 타고서도 한참을 걸리는 거리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포탈의 부재가 게임성을 해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 대륙 밖으로는 대륙 몇 배 크기의 대양이 존재한다. 대양 건너편에는 또 다른 지역이 있다.


  물론 마그누스 이전에도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은 사막의 가문 시스템을 이용한 비 접속 캐릭터 이동 시스템(A 캐릭터를 이동시키도록 해두면 A 캐릭터가 비 접속 상태에서 마을을 이동하는 동안 다른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캐릭터 하나만 키우고 싶은 사람이 캐릭터 이동으로 1시간을 소모해야 한다는 문제점과 두 캐릭터의 플레이 진도가 달라서 몰입감을 깨부수고 흥미를 쉽게 잃을 수 있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였다.


  이러한 판단 아래 펄어비스는 포탈의 도입을 고려했을 것이며, 그 순간에도 단순한 포탈의 설치가 아닌 마그누스라는 또 다른 세계관을 통해 포탈의 기능을 도입했다는 점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2. 마그누스가 가져온 검은 사막의 문제점 해결


스토리의 몰입감 문제

  먼저 마그누스는 검은 사막 세계관과 조금은 떨어진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검은 사막 세계에 존재하는 각 마을의 우물을 통해서 입장할 수 있는 우물 속 또 다른 세계라는 설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검은 사막 세계의 메인 스토리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군단이다.


  블리자드를 장인의 반열로 들어서게 한 작품들(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의 공통점은 그들만의 탄탄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은 사막 또한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세계가 넓은 만큼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각 NPC의 이야기를 정성껏 그리고 있다.


왜 검은 사막이라고 불리는가?
이 나라들은 왜 나뉘어 있는가?
흑정령은 무엇인가?
모험가는 왜 나타났는가?
조르다인은 누구인가?
왜 이 나라들은 이렇게 나뉘어 있는가?
각 나라의 정치는 어떻게 얽혀있는가?


  궁금한 요소들을 잘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건 스토리의 전개가 중구난방이라는 점이다. 그 중구난방을 책임지는 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몰입감인데, 초기 검은 사막의 메인 스토리는 하나의 컷 신조차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의 나열이었기에 그 누구도 읽지 않았다.


  최근에는 리메이크를 통해 컷 신과 더빙을 삽입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그런데도 스토리의 몰입감 문제는 큰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태다.


로스트 아크 최대의 컷 신, 영광의 벽


그렇다면 왜 그럴까?


  같은 MMORPG인 로스트 아크는 영광의 벽으로 대표되는 최고의 스토리 게임 중 하나인데, 왜 검은 사막은 분명 방대한 세계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극과 극을 보이는 걸까?


카메라 워킹

  로스트 아크와 검은 사막을 플레이해 보면 가장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점이 카메라 워킹이다. 예를 들어 로스트 아크의 영광의 벽은 게이머가 입장함과 동시에 모든 전황을 단 한 번의 끊김이 없이 한 번씩 비춘다. 그리고 그 카메라의 끝에는 게이머가 등장하며, 게이머와 NPC가 대화할 때도 줌인 트랜지션을 통해 전체적인 배경이 크게 변하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와 NPC가 같이 한 화면에 잡힌다. 배경 위주의 카메라 워킹은 전체 상황을 게이머에게 자연스럽게 이해시킴과 동시에 몰입감을 부여하며, 이런 유려한 카메라 워킹은 로스트 아크의 최대 강점이다.


  검은 사막의 경우, 배경을 크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생각될 정도로 배경에 대한 몰입감이 많이 떨어진다. R을 눌러서 캐릭터와 대화하고, 그 캐릭터의 화면을 비추고 다시금 카메라가 캐릭터 시선으로 돌아오는 등의 번잡한 카메라 전환은 스토리가 제시하는 한 장면에 모험가가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 로스트 아크는 쿼터뷰를 지원하는 게임이고, 검은 사막은 백뷰를 지원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로스트 아크의 유려한 카메라 워킹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검은 사막에서 가장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스토리 문제를 크게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모델링 립싱크 기술의 유무

  로스트 아크의 경우, 모델링의 립싱크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에게 인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모델링으로 몰입이 깨지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카메라 전환이 배경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직접 NPC가 말하는 입 모양을 뚫어져라 볼 일은 잘 없기 때문이다. 혹여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컷 신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NPC 모델링은 몰입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검은 사막의 경우, 똑같이 모델링의 립싱크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NPC 위주의 카메라 워킹으로 인해 게이머들이 NPC의 형태와 입 모양에 집중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입 모양이 다르다거나 하는 식의 몰입감 방해 요소를 인지하게 된다. 이렇게 한번 인지된 문제점은 이야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에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마그누스의 초기라서 그런지 버그가 너무 많다. 워리어로 플레이하는데 칼이 손을 뚫는 데다가... 그전에 왜 대화하는데 전투 상태 장비를 들고 있는가?


스토리의 몰입감 문제 해결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몰입감 문제를 마그누스에서는 조금은 해결된 듯 보였는데, 왜냐하면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짧고 간결해짐과 동시에 많은 컷 신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짧아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지루하지 않으며, 많아진 컷 신을 통해 립싱크 기술의 부재를 충분히 메울 수 있었으며,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미니게임을 통해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진행 방식의 등장이었다.


로스트 아크 모코코 횡스크롤 미니게임


  미니게임이 추가됨으로 인해서 게이머들이 짧은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검은 사막의 스토리는 리메이크를 통해 추가된 더빙과 컷 신을 통한 전달력은 좋아졌지만, 쉽게 지루해진다. 스토리에서 요구하는 몬스터들은 죽이면 가루가 되기 때문에 전투가 재미있는 게임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세한 조작으로 공략해야 하는 게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토락시온의 경우에는 공략의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메인 스토리와 검은 사막 세계에 펼쳐진 퀘스트들에서는 컨트롤의 존재가 잊힐 정도다.


무기를 강화해서, 뚜가 패고, 이야기하고, 무기를 강화하고, 다시 뚜들겨 패고, 이야기하고...


  게이머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애초에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설계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내용을 전개하는 이야기들은 그저 몬스터 처치와 몬스터 처치를 잇는 걸림돌로밖에 느껴지지 않고, 게이머들이 스토리를 건너뛰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기능한다.


  이는 몰입감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는데, 마그누스에서는 미니게임을 도입함으로 인해서 집중할 이유를 부여했고, 이것으로 마그누스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세세한 설정을 게이머들이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미니게임의 도입은 정말 좋은 검은 사막 스토리 몰입감 문제의 해결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대화하고 몬스터를 가루로 만드는 반복 노가다에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미니게임을 각종 퀘스트에 배치함으로써 최소한의 스토리 이해도를 요구하면 게이머들도 스트레스 없이, 오히려 더 몰입감 있고 재미있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버려진 공간과 NPC의 재활용

  검은 사막에는 잘 만든 맵이라도 한 번만 활용되고, 더 이상 재활용되지 않는 맵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양에 존재하는 많은 섬, 카프라스 동굴, 그라나 지혜의 고목 근처 등등... 하지만 마그누스는 미니게임 형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이렇게 버려진 맵들과 NPC들을 다시금 게이머들과 교류하게 했고, 이는 리소스의 재활용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리소스를 개발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시간이 소비되고, 이는 개발비가 증가하는 것과 같다. 개발비가 증가한다는 것은 인력을 소모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 기능과 기획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이 소실됨을 뜻한다. 장기적으로는 게이머들에게 좋은 패치를 위한 개발 인력이 소모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리소스를 어느 정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건 개발 인력의 절감과 더불어 버려진 공간이 많은 방대한 검은 사막 세계와도 잘 맞는 활용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마그누스가 연결하는 각 마을의 창고, 수송시스템의 개편

  마그누스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하면 포탈이 열림과 동시에 각 지역의 창고가 마그누스를 통해 연결되는데, 이는 현재 의미가 조금은 퇴색된 창고의 마차를 통한 아이템 수송 시스템을 거의 사장하겠다는 선택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A마을 창고과 B마을 창고에 아이템을 분산해서 저장해 둔 상태에서는 A마을에서 아이템을 넣고, B마을로 수송을 보내 아이템을 분산 저장했다. 하지만 마그누스가 마을의 창고를 연결해 버리면서 A마을에서도 즉시 B마을 창고에 아이템을 저장할 수 있고, 이는 기존에 각 마을의 창고에 아이템을 분산 저장해 온 게이머들에게는 수송 시스템을 쓰지 않게 만드는 업데이트로 기능한다.


  하지만 수송 시스템의 경우, 상술한 것처럼 마을과 마을의 물품 수송, 무역 등의 기존에 기획했던 모습과 현재의 이용 방식이 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저 아이템을 분산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게이머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기획물로 전락해 버렸다. 사실 이럴 바에는 편의성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보아 수송 시스템이 개편될 가능성도 보이는데, 완전히 무역을 위한 수송 시스템, 혹은 현재 마그누스 기능이 제한된 보물 아이템 전용 수송 시스템 등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니 이후 업데이트는 부담 없이 즐겨보면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주가 폭락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펄어비스일 테지만, 언젠가 빛을 볼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타락하지 말고, 항상 게임을 먼저 생각하는 개발사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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