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장점과 단점
살다 보면 기록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잊히고, 잊힌 것들을 다시금 되살리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는 걸 언젠가 깨닫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록한다는 것은 반론없는 굉장히 이로운 행위다.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겨두면 그 기록은 미래의 나에게 재미를 주기도 하고, 추억을 주기도 하면서, 그 기록 자체가 삶을 뒷받침할 힘을 길러주기에 기록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기록만 하는 건 또 좋지 않다. 위에서 말한 장점들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누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록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기록한 것들을 누적시키고, 그 누적된 자료가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게다가 또 다다익선 아니겠는가? 기록하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또 많은 사람이 글을 보고 공감해 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수요를 저격한 것이 Web+Log, 즉 bLog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지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네이버 블로그를 떠올릴 것이다. 틀리진 않는 말이다. 만약 10년 전이라면 '블로그=네이버 블로그'라는 그 공식이 성립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글을 쓰려는 작가들에게 네이버 블로그 말고도 많은 서비스들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짜장면만 있는 메뉴판이라면 아무런 불만 없이 짜장면을 고를 사람들도 괜히 삼선 짜장, 해물 짜장, 간짜장, 볶음 짜장처럼 종류가 많으면 뭐가 가장 맛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기왕 시작할 거라면 더 괜찮고, 더 좋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까.
공백 제외: 3394자
1. 내가 선택했던 플랫폼, 브런치
- 브런치의 장점
- 브런치의 단점
2. 브런치로 돌아온 이유
브런치는 전체적으로 예쁜 게 참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각 플랫폼에 대해 비교해 놓은 글들이 많았기 때문에 각 플랫폼의 장단점을 한눈에 보고 비교하는 건 어렵지 않았고, 게다가 각 플랫폼을 한 번씩은 사용해 봤었기 때문에 글에서 말하는 장단점을 이해하기도 편했다. 그렇게 고민하여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카카오의 브런치였다.
깔끔한 UI, 깨지지 않는 한글 폰트, 글을 '예쁘게' 쓸 수 있게 만드는 텍스트 에디터
글마다 어울리는 사진을 올려 표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글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미디움이랑 비교했을 때, 한글 폰트가 깨지지 않고 깔끔하게 출력된다는 건 확실히 장점이었다.
높은 검색 유입
카카오가 힘을 좀 싣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글 유입도를 기대해 볼 수 있었다. 기록이 중요하긴 하지만, 어찌 됐든 유입이 많고, 많은 사람이 내 글을 봐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자부심
기존에 작성한 글들을 포트폴리오로써 사용하여 작가 신청을 한 후, 심사를 통과해야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있었기에 엄선된 작가라는 자부심을 준다.
맞춤법 검사 기능
맞춤법에 조금 민감하다 보니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를 애용하는 편인데, 브런치에서는 자체적으로 맞춤법 검사 기능을 제공한다. 사실 별 건 아니지만, 굉장히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브런치의 가장 큰 장점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것이다. 어떤 걸 선택하든 깔끔함이 우선인 나로서는 가장 매력적인 특징이었고, 게다가 작가 신청을 한 사람들만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처럼 광고 글로 플랫폼이 점철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좋았다. 물론 애초부터 출판을 목적으로 글을 쓰고, 유입을 위해 인기 있는 글만 쓰는 것이 아닌 이상, 자연스럽게 출판 작가가 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하지만, 어쩌면 언젠가 출판 제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고급스러운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 장점을 다 씹어먹을 만큼 큰 단점들이 존재했고, 그것이 내가 브런치를 떠났던 이유였다.
읽는 사람은 없는 예쁜 글과 좋아요
글을 쓰고 나면 5분~20분 만에 다른 브런치 작가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림이 울린다.
와,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내 글이 재미있는 건가?
하지만 여기서 울리는 좋아요는 글을 읽고서 누르는 좋아요가 아니라, 품앗이형 좋아요다. 애초에 내가 쓴 그 긴 글을 몇 분 만에 다 읽어보고, 공감하고, 감동하여서 '좋아요'를 누르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달간 글을 써본 결과, 좋아요 누르고 다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보였는데, 그렇게 '좋아요'를 눌러도 절대 팔로우는 하지 않는다.
나는 작가라서 지조 있게 자기 글 노출도만 올리고 싶고
자기 팔로우만 올리고 싶은데
네이버처럼 댓글로 소통하자고 말하기에는 좀 없어 보이네
좋아요만 누르면 되겠지?
딱 이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들처럼 보인다.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 중에는 자기 프로필에서부터 '나는 30살에 50억을 벌었다' 따위로 가득했고, 그걸 보고 있으면 광고가 없다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오히려 네이버보다 더 지능적인 광고 블로그가 가득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는 걸 보고 있으면, 내가 왜 여기서 시간을 들여서 이러고 있을까 싶은 자괴감이 든다.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모임
작가 신청을 받고, 심사받아서 통과했다는 자부심이 있는 것까지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출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참 좋은 글쓰기의 동기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래서 그런가? 글들이 재미가 없더라. 삶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고급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예술성이 있는 글들도 아니고, 예술적으로 보여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허세가 가득한 글을 읽는 건 꽤 고역이다. 제목으로 어그로를 잔뜩 끌어두는데, 정작 내용은 갸우뚱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마크다운은 물론이고, 코드 블록조차 지원하지 않는 시스템
사실 복사를 못 하게 하는 건 상관이 없다. 크롬을 쓰는 우리에겐 F12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코드 블록을 지원하지 않는 시스템은 코드를 쓰고 싶어 하는 작가에게는 코드 한 줄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브런치에서 코드를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깃허브의 GIST에 글을 작성하고, 그 GIST 링크를 임베드해야 한다. 그러면 GIST 내용이 브런치에 업로드되고, 깃허브와 동기화된다. 즉, 코드를 수정하고 싶으면 깃허브로 이동해서 GIST를 수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카카오 사태로 알아버린 내 글들의 소실 가능성
애초에 카카오라는 회사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덩치 큰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덩치는 커졌는데 하는 짓은 스타트업과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자기 계열사를 쪼개고, 또 쪼개서 상장하고, 상장한 즉시 임원들부터 고점에서 EXIT 해버리는 마치 러그 풀 같은 행위는 이해하고 또 이해해서 그 서비스를 개발한 개발자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git을 배워도 가장 먼저 배우는 게 branch인데, 어떻게 DR조차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까? 카카오톡도 아니고, 어떻게 카카오 계열사의 모든 정보를 한 데이터 센터에 갖다 박아두겠다고 생각했을까?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블로그 이전 기능도 없고, 데이터 내보내기도 없고, 게다가 데이터 센터까지? 더 이상 브런치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상술한 것처럼 난 기록을 위해 블로그를 이용한다. 내가 개발한 것, 내가 생각한 것, 내가 나누고 싶은 것, 다양한 기록을 위해 블로그를 이용하는데, 저렇게 소실 가능성을 내비치면 난 더 이상 브런치를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장점을 다 잡아먹는 단점들로 가득한 브런치에 왜 돌아왔을까? 그건 바로 누군가가 브런치의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그 한마디 때문이었다.
언젠가 링크드인에 친구 추가가 왔다. 링크드인의 경우, 1촌 숫자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많은 사람의 친구 추가가 오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친구 추가가 왔다는 건 별것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그분이 건넨 한마디는 내가 버렸던 브런치를 다시 운영하는 것도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브런치에서 쓰신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아 친구 추가를 드렸어요
나는 브런치에 링크드인 링크를 걸어두지 않는다. 내가 링크드인을 사용할지 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분은 나를 찾아보겠다고 링크드인에 검색했다는 게 나에겐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유입을 위해, 혹은 많은 팔로우를 위해 글을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해보니 SEO가 잘 되어 있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브런치로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금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본 결과, 글 저장의 용도가 아닌 블로그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내 글들이 소실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중으로 백업해야 했지만, 그 정도의 작업량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양이었다. 또 처음에 말한 것처럼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블로그 UI의 깔끔함과 맞춤법 검사 등의 편리성도 충분히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누군가 내가 올린 글을 쉽게 찾고, 쉽게 읽을 수 있다면 나는 충분히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