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거짓에서 나타난 다크소울의 모습과 그들의 생각
2022년 8월 24일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게임이 있다. 마치 블러드본을 보는 듯한 분위기, 프롬의 소울 시리즈를 떠오르게 하는 전투 스타일, 마치 프롬의 신작이 나타난 것 같았다.
어, 그런데 웬걸? 이게 한국 게임이라고?
게임스컴 오프닝 라이브에서 공개된 후,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으로 선정됐고, 어워드 쇼 2022에서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상'과 '최고의 롤플레이 게임상'을 수상했던 그 게임이 한국 개발사 ROUND8 STUDIO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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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게임의 이미지
2. P의 거짓이 말하는 다크소울
3. P의 거짓이 말하는 P의 거짓
- 전투 스타일
- 보스전 사망 시 소울의 위치
- 내구도와 무기 수리
4. 기대되는 한국형 소울 라이크
- 참고 문헌
최근의 한국 시장에서 보이는 한국 게임에 대한 이미지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은 모바일 편향성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국내 시장의 57.9%는 모바일 게임이 점유하고 있다. 즉, 개발사의 개발력이 57.9%만큼 모바일 게임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을 더 많이 개발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면 플랫폼을 모바일로 정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확실히 과거보다 좋아졌고, 그래서 PC와 견주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리소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들, 모바일의 리소스 제약은 당연히 다른 환경(PC 혹은 콘솔)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또한 모바일의 게임성과 다른 환경의 게임성 또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력으로 게임을 즐겨야 하는 PC와 달리, 모바일은 이동하면서, 또 다른 일을 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전체적인 게임의 구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자, 그러면 뭐가 달라지느냐? 당연히 비즈니스 모델이다. 23년 7월 31일 기준, 리니지류(리니지 라이크 포함) 게임이 매출 순위 10위권에 무려 7개나 포진 중이다. 1~7위는 모두 리니지류 게임이고, 사실 그것들을 제외한 게임들도 정상적인 과금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7월 26일 오픈했다는 신의 탑도 맹독성 가챠를 가지고 있고, FIFA 모바일도 FIFA 특유의 맹독성 과금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블루 아카이브도 다른 게임에 지지 않을 만큼 굉장히 맵기로 유명하다.
이처럼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게임을 대충 만들어도 과금 모델의 특성상 꽤 괜찮은 매출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돈맛을 본 개발사들은 세계관, 플레이 경험 등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모바일 게임만 양산해 내는 것이다.
그런데 뭐...? 한국 개발사가 만든 소울 라이크라고? (리니지 라이크가 아니고?)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한국의 개발사가 소울 라이크를 만들었다. 이름은 P의 거짓.
현재 스팀에서 데모 버전을 설치해서 즐겨볼 수 있는데, 데모 버전에서는 초반부 우두머리 둘을 상대해 볼 수 있다. 중간에 인간형 네임드까지 포함하면 총 셋이다. 그리고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정말 다크소울과 흡사하고, 프롬 특유의 게임 디자인이 묻어나 있다는 것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에스트 대신 펄스 전지를, 후방 공격 대신 페이탈 어택을, 소울 대신 에르고를, 화톳불 대신 별바라기를, 패링 대신 퍼펙트 가드라는 용어를 채택했다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점프가 없다는 것도, 몬스터가 산재해 있는 형태도, 에르고를 사용하여 능력치를 올리는 레벨 시스템도, 지역에 분산된 아이템의 설명으로 풀어나가는 세계관도, 그 외의 모든 게임 시스템도, 게이머가 처음 접하는 UI까지 모두 다크소울과 동일했다.
마치 스킨을 씌운 다크소울이랄까?
그렇다면 P의 거짓은 그냥 다크소울을 베낀 창의성이 조금도 없는 게임일까?
다크소울에 처음 접속한 게이머는 자신이 플레이할 직업을 선택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처음 접할 전투 스타일을 결정받게 된다. 예를 들어 마법사, 활잡이, 전사 등의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마법사를 선택하면 마법 스킬 하나가 주어지고, 활잡이라면 활 한 자루가, 전사라면 검 한 자루가 주어지는 형태이다. 즉, 직업이라는 간접적인 형태로 게이머의 전투 스타일을 결정한다.
P의 거짓에서는 처음 접속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면 금방 위와 같은 화면을 만날 수 있는데, 다크소울처럼 직업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전투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초기 장비를 지급한다.
직접적인 표현인 만큼, 게이머가 처음 해당 게임을 접하더라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였다.
다크소울에서 캐릭터 능력치 성장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인데, 그렇기에 게이머가 이 소울을 쉽게 유지할 수 있느냐, 혹은 쉽게 잃어버리게 되느냐로 게임의 난이도가 결정된다.
그러한 장치 중 하나가 사망 시에 잃어버리는 소울이다. 캐릭터가 플레이 도중 사망하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소울을 모두 그 자리에 떨어트리고 죽는다. 그리고 이건 보스전도 예외가 아니기에 보스전에서의 사망 위치가 다음 보스전에서 소울을 먹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말 어려운 보스를 만났고, 재도전한 보스전에서 몇 번의 실수가 거듭됐고, 그렇게 이번 기회에는 더 이상 이 보스를 처치할 가망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고의로 다음 소울을 먹기 좋은 사망 위치로 이동하여 그 자리에서 사망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P의 거짓은 이러한 게임 디자인에서 난이도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보스전 사망 시 소울이 보스전 입장 입구에 나타나도록 하는 선택을 했다.
다크소울에서는 보스전에 대한 한 번의 입장이 그 보스를 완벽히 처치하고 소울을 모두 보전하느냐, 혹은 모두 잃느냐로 귀결되지만, P의 거짓에서는 게이머가 보스전에 입장한다는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게이머가 원한다면 보스전의 소울을 모두 보전한 상태로 다시 돌아가 파밍을 통해 능력치를 올리던지, 혹은 다른 보스에 먼저 도전하든지 하는 형태의 선택지를 준 것이다.
이러한 게임 디자인을 보며 참 괜찮다는 생각했는데, 선택지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는 신규 게이머의 유치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게이머라도 이러한 선택지가 주어졌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 없는 도전을 진행할 수 있고, 이것은 전체적인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보스전의 난이도가 확 쉬워지지 않았을까? 전체적인 게임 난이도 조정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핵심 요소인 소울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당연히 전체 밸런스에 금이 가지 않았을까? 이걸 고려했던 P의 거짓은 게이머에게 선택지를 하나 준 만큼, 하나의 페널티를 부여했다. 그게 바로 수리 시스템이다.
P의 거짓의 모든 무기에는 내구도가 존재하고, 공격 시마다 일정 수치의 내구도가 하락한다. 그리고 이 내구도는 긴박한 보스전에서도 어김없이 하락해 대는데, 기본적으로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보스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아서 한 방 혹은 두 방이 부족할 때는 굉장히 사람을 조급하게 한다.
소울 시리즈는 사실상 턴제 형태를 띠고 있는데(비유이며 턴제라는 뜻이 아님) 보스의 일정 패턴을 파악하고, 패턴별 파훼법을 기초로 끈기 있게 거리와 타이밍을 재가며 보스를 공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게임 속에서 내구도와 수리의 존재는 그 귀중한 한 턴을 날리게 하는 셈이 된다. 공격이든 방어든 수리로 인해 한 번의 기회를 날리게 되고, 이렇게 사라진 한 번의 기회는 보스전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다크소울의 보스전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며 스릴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차분하고 또 계산적으로 플레이를 하다가도 보스의 체력이 줄면 줄수록 게이머는 무리한 플레이를 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이 과정에서 게이머는 굉장히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패배를 맞이하거나, 승리를 맞이한다. 그 귀중한 한 턴을 수리로 버리게 했으니, 심장이 쫄깃해지는 한 장면이 더 추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일정 수치가 되면 진행되는 그로기, 특정 부위가 계속 패링 되면 파괴되는 부위 파괴, 부위 파괴에 따라 달라지는 공략법, 세키로에서 차용한 듯한 무한 패링의 전투 스타일, 검날과 손잡이를 떼고 붙여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주 무기와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공격 모션과 타격음 등 굉장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최근에는 MINT ROCKET의 데이브 더 다이버나, Striking Distance Studios의 칼리스토 프로토콜처럼 지금까지 걸어온 한국 게임 개발사의 행보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스튜디오가 많아지고 있다. 물론 성과가 전부 다 엄청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난 이러한 새로운 모습들이 굉장히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ROUND8 STUDIO의 P의 거짓이 더욱 뛰어난 성과를 내서, 그 모습을 본 영향력 있는 게임 개발사들이 모바일 맹독성 가챠 게임의 상품 제조에서 벗어나 멋진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모든 게이머가 원하는 일이 아닐까?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