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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함께

#1. 함께 하니, 조! 타!

외로운 점 하나가 선을 이루는 점이 되다

by 봄비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개점폐업 상태의 나의 점포
간간히만 울리던 점포의 풍경소리
남은 물건들은 재고로 썩어가는데

문을 닫아야 할까.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점포에 잦은 발걸음들이 찾아든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풍경소리 이어지니 음악이 된다.
고객님의 온기와 숨결이
음악을 만들어내고
나의 점포는
음악이 흐르는 카페가 되었다.

나는 돈 많은 부자가 된 것 같다

이래서 영업사원*이
중요한가 보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내 점포의 영업사원. 그 영업사원이 누군고 하니... "함께" 매거진의 작가님들이다. 작가님들께 참 죄송하고 면구스러운 망발이라는 점, 잘 알고 있다. 그저 시적 표현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려 본다. 하지만 나에겐 사실인걸 어쩌나. 고명하신 작가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 생긴 내 점포의 활기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걸. 그분들께 나는 영업사원이 되어 드리지 못하지만 분명 그분들은 내 점포의 영업사원이 되어버렸다! (죄송, 죄송, 또 죄송)


활기를 되찾은 나의 점포를 돌아보며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의 외로움을 떠올려 본다. 나는 브런치 세상이 꼭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던 비밀점조직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세상 어딘가에 숨겨진 비밀 점조직처럼 우리는 각자의 비밀기지에서 각자의 글을 쓴다. 그 점과 점들은 브런치라는 연락책을 통하여 서로 닿는다. 서로 닿은 점들은 선을 만들고 그 선들은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점들은 외로운 싸움들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의 비밀점조직 봄비 요원은 하나의 글을 만났다. 그저 스쳐 지나가버릴 수 있었던 하나의 글을. 그 글을 만난 순간 인연이 시작되었고 "함께"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모든 관계는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모든 인연의 시작점이며 무수한 가능성의 씨앗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도 우리 마음과 삶에 미묘한 흔적을 남긴다.

<스쳐 지나감의 의미> by 현루작가님


나는 브런치에서 외로운 하나의 점이었다. 외로운 섬도 아니고 외로운 점이라니. 두 달이나 이 세상에 살았음에도 무엇하나 익숙한 것이 없다. 물어볼 곳도 없다. 내 글들은 점포의 재고처럼 먼지가 쌓여간다. 글을 쓰고 브런치나우를 들여다본다. 방금 올린 내 글은 아래로 아래로 백사장 속 모래알처럼 아래로 아래로 사라져 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순간의 인연'이 나를 이끈다. 점들이 만나 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순간. 외로웠던 나의 브런치 세상에 누군가의 손길이 닿기 시작한다. 나의 점포에 생기가 돌고 있다. 선배 작가님들의 주옥같은 글을 공유하면서 그리고 하나의 글 뒤에 숨겨진 삶, 깊은 사유, 성찰, 노력과 꿈을 함께 나누게 되면서. 그렇게 "함께" 매거진에서 나는 외로운 점이 아닌 한 명의 작가로 존재함을 느끼게 되었다.



"함께"의 가치, 소속되어 있음을...


사람에게 소속감이란 무엇인가. 진화론적 관점에서 소속감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무서운 맹수로부터의 위협도 함께 이겨낼 수 있었을 테고, 추위를 이겨낼 온기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모여서 모여서 살아가는 본능을 갖게 되었다. 집단 속의 하나로서 존재함으로써 생존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보호 속에서, 위로 속에서 마음을 누일 곳을 찾을 수 있기에.


사람이 스스로를 귀하다고 여길 수 있는 그 단단한 마음 중 한 조각이 소속감이 아닐까 싶다. 의미 있는 "함께" 중에 나도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함께"하는 사람들이 나를 의미 있게 여겨줌을 느끼는 것. 그런 따뜻한 온기 속에서 나도 내 엉덩이 밀어 넣을 한 자리를 인정받는 것. 그러면서 나도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게 되는 것. 나는 "함께" 매거진 작가님들 속에서 그렇게 단단한 마음을 되찾아 가고 있다.


경망스럽게도 나는 "함께"라는 가치를 이야기하며 나의 점포의 유능한 영업사원을 들먹거리긴 했지만 내가 진정 말하고 싶은 요지는 이것이다.


"함께" 작가님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그저 외따로 찍힌 하나의 점이었던 내가 선을 이루는 하나의 점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는 것.

브런치라는 익명의 세상 속에서 실체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

"함께"라는 워딩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소속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


브런치 세상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고, 그래서 요즘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함께하니, 조!타!


함께하니, 외롭지 않다.

함께하니, 든든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함께’ 속에서 글을 쓴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전하며 "함께"매거진 속에서 나의 첫 글을 조심스럽게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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