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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승병 Jul 06. 2024

어디서 오지랖은,

2023년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대한민국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으로부터 부양 자녀에게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예외 없이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 3년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렇듯 대부분 국가에서 의무 교육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의무 교육의 제1 목적은 아동·청소년이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는 의무 교육 개념이 최초로 창안된 18세기 프로이센에서의 아이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의 성숙은 의무 교육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이 부모 주도의 교육, 흔히 말하는 ‘가정교육’입니다. 아기가 태어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람은 자기 부모입니다. 그리고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거의 유일하게 상호작용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아이의 생활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의무 교육은 [어느 정도 기본을 갖춘 상태]의 아동을 상대로 사회화를 시켜나가는 데 최적화된 시스템입니다. 교사 집단 역시 이에 맞게 훈련받아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보육’의 역할까지 떠넘기려 합니다. 보육은 온전히 본인들의 책무입니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못해 가정에서의 교육이 어려운 가구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는 방과 후 돌봄 교실, 지역 내 아동 센터와 같은 보완책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이번 세상을 안타깝게 등진 초임 교사도 유사한 결의 고충을 겪었습니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며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수십 통의 전화를 일삼는 이들은 더 이상 학부모라 부를 수 없는 스토커 집단에 불과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교사의 꿈을 키웠지만, 정작 엉뚱한 장애물이 그 꿈을 짓밟았습니다.


의무 교육과 가정교육 간 영역 분리가 명확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사의 가정방문이 흔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부모 역시 교내에서의 교권 행사에 간섭을 되도록 삼가야 합니다. 위법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보장된 교사만의 영역을 보장해야 합니다. 과도한 ‘오지랖’이 초래한, 이번 사건에 희생된 피해자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 이 글은 2023년에 쓰였음을 알립니다.

* 사진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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