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인어공주(2023) 미스캐스팅 논란
얼마 전 개봉한 디즈니사의 <인어공주(2023)>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에리얼 역을 맡은 주연 할리 베일리(Halle Bailey)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는데요.
캐스팅 후 자신을 향한 수많은 비난 여론에도, 그녀는 ‘흑인으로서의 인종차별은 새롭지 않다’며 초연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이처럼 베일리와 그녀의 지지자들은 이번 이슈를 줄곧 흑인에 대한 차별의 문제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 주인공이 백인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잘못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에는 유색인종 출신 여주인공들이 종종 등장해 왔습니다. <포카혼타스(1995)>, <뮬란(1998)>, <모아나(2016)> 등은 개봉 직후 많은 호평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수작(秀作)으로 꼽힙니다.
대중들이 작품에 반감을 갖게 된 핵심 이유는 주인공이 흑인이라서가 아니라, 에리얼이 대뜸 흑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NotMyAriel 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이었던 것처럼, 1989년 원작의 빨간 머리 에리얼과 베일리가 분한 레게 머리 에리얼 간 괴리를 느꼈던 것입니다.
리메이크 혹은 실사판 영화를 평가하는 주된 척도 중 하나는 원작과 얼마나 ‘싱크로율’이 유사한지입니다. 예컨대 ‘흥부와 놀부’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인종 간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아일랜드계 백인 흥부와 메스티소 놀부, 그리고 제비가 아닌 갈라파고스핀치를 등장시킨다면, 우리는 이를 더 이상 흥부와 놀부라 부를 수 있을까요?
기어코 흑인 에리얼을 등장시키고 싶었더라면, 원작과 차별화되는 여러 요소를 삽입하여 완전히 별개의 스핀오프로 인식하게 했으면 되었을 일입니다만, 이미 <인어공주>는 홍보물에서부터 1989년의 그것을 답습하는 듯한 이미지를 각인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추억 속 에리얼이 다시 돌아오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의 실망도 더욱 컸을 것입니다. 실제로 <인어공주>는 흥행에 실패하여, 극장 수입만으로는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지키고는 싶은데, 새로운 이야기로는 흥행을 담보하지 못할 것 같아 ‘원작 해치기’를 지속하는 디즈니사의 모습. 이제는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 이 글은 2023년에 쓰였음을 알립니다.
* 사진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