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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승병 Jul 06. 2024

허울뿐인 풍요

‘인격(personality)’이라는 가치는, 비로소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남에게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형성됩니다. 대개 이러한 과정은 큰 어려움 없이 자연스레 이루어집니다. 과시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이미 인간에 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비슷한 주제의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20·30세대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 오마카세, 각종 전시회, 명품 팝업 스토어 ···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과거에는 상류층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활동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 이러한 사진을 올리는 개개인의 면모를 보면 그리 특별한 것 없는 보통의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워라밸의 가치가 부각되며 일반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여가 선택의 폭이 넓어진 탓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월평균 소득은 세전 320만 원, 중위소득은 242만 원입니다.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할 만한 금액은 절대 아닙니다. 여기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집세, 관리비, 식비, 통신비, 카드값 등을 제하면 실제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많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이들은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20대 여성(혹은 남성) A씨는 일주일 동안 라면만 먹다가, 주말에 한 번 최고급 파인 다이닝에 가서 콩알만큼 나오는 음식 사진을 업로드합니다. 무수히 달리는 댓글과 좋아요, 부러움의 시선을 받으며 만족을 얻기 위함일 테죠.


잘 보이고 싶고, 드러내고 싶은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억지로 자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SNS에 진정으로 나를 나타내고 있나요? 보여지기에 알맞은 모습으로 스스로를 재단하고 있진 않을까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인격 도야의 방법이자 자기 사랑의 시작입니다.




* 글에서 활용된 ‘보여지다’라는 표현은 이중피동으로 문법상 옳지 않으나,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의미를 와닿게 하기 위한 시적 허용 따위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사진 출처 : 뉴스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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