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때론 자세하게 말해주세요

by 차진호

나는 왜 18년간 운영하던 곳에서 메뉴까지 바꿔가며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겼을까요?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좀 지겨웠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깊은 생각을 한 것도 아닙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임대인의 의지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준비할 수도 없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라는 건 어떤 상황이 발생하기 전부터 계획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계획은 없었고,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시작했습니다. 마음의 문제, 상황의 문제들로 오랜 기간 운영했던 두부, 청국장 전문점을 쌈밥집으로 바꾸었습니다. 큰 대로변에 있어 홍보 효과도 좋았던 곳에서 일부러 찾아야만 보이는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옮기고 3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예전부터 알던 손님들은 묻습니다. “전에 두부집은 왜 그만두었어?...”


우리 가게 바로 뒤편으로 대형 빵 카페가 있었습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보이는 웅장한 건물입니다. 인테리어에 공을 많이 들여서 사진 찍기에 훌륭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픈 빨 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현상과 대대적인 온라인 홍보 덕분에 카페는 오픈하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습니다. 주차문제로 시비가 생기고, 좁은 길을 들어오고 나가는 차들로 엉켜서 주말에는 경찰차가 들락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상가와 마찰이 생기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이 구석진 곳까지 찾아오는 효과는 있었기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 남짓 영업하던 카페가 어느 날 여름휴가 및 내부 수리를 이유로 문을 닫았고 그 후로 몇 달이 지나도록 다시 열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은 밥을 먹고 뒤편에 있는 카페로 가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을 닫았다고 하니 어떤 손님은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물어봅니다. “아니, 카페 왜 닫았데요?” 그럴 때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사장님은 잘 알 것이라는 손님의 기대에 부흥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글쎄, 그랬데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서 빠져나갈 전제를 하고 말을 했던 것입니다. 물론 동네 사람들에게 주워들은 말은 있었기에 크게 벗어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3년 전 가게를 옮기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확신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랜 기간 우리 가게의 팬이었던 단골손님들에 조차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도망치듯 나와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주변에는 다양한 이유로 소문이 돌았습니다. 평소 보이는 이미지로는 ‘엄청 돈을 벌어서 건물을 지었다더라’라는 대박 인생역전설이 가장 많이 들렸고, 보이는 것과 다르게 남자 사장이 사고 쳐서 쫄딱 망했다는 설까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는 것을 처음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나의 고민 해결에만 집중했을 뿐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나 역시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변화, 손님으로 바글바글하던 가게가 갑자기 사라졌다든가 잉꼬부부로 소문난 연예인의 이혼 소식 같은 보았던 것과 다른 결과의 사건들을 보면 무척 궁금합니다. 그들의 사정이 너무 궁금합니다. 그리고서 평소에 보인 이미지를 가지고 추측하고 확신합니다.


어떤 결과에는 단 하나의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이유가 쌓이다가 무언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촉발되고 결과에 이르게 됩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면의 문제도 있습니다. 많은 이유와 사정들의 합이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어떤 사건에 기대하는 스토리가 잠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대한 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길 바랍니다. 반전 스토리는 순간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일상에서 보인 것으로 추측하고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걸 더 좋아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드러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내 사정을 모두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면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내 마음이 바라는 대로 혹은 예측한 대로 세상이 돌아가야만 편안해지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말해 주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자신을 오해한다거나 틀린 말을 한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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