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한 말

싸움의 원인

by 차진호

아침부터 큰 소리가 납니다. 언니 동생 하며 사이좋던 두 사람이 평생 안 볼 것 같은 말을 하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왜 싸우는지 이유를 물어봤는데 귀를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먹는 것 때문이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홀을 보는 직원이 전날 먹고 남은 찌개를 찾으며 달라고 했는데 주방 직원은 버렸다고 했다는 겁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상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황과 사건이 아니고 말이었습니다. 버렸다는 말을 간절히 먹고 싶은 사람에게 대수롭지 않은 듯 전하며 홀 직원의 신체적 특징을 놀리듯 말했습니다.

그 말에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라고 하며 크게 화를 내었고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특별히 누구의 잘못으로 판단할 수도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똑같이 상대가 먼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가게 옆에는 추어탕집이 있습니다. 주차장으로 쓰는 앞마당은 건물은 다르지만 화분 몇 개로 경계를 만들어 놓았을 뿐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게로 들어오려면 옆집의 커다란 간판을 끼고 우회전을 해야 합니다. 어느 날 멀쩡한 의자가 간판 앞에 나와 있었습니다. 차를 돌려서 들어올 때 의자는 방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손님이 붐비는 주말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손님의 차가 가게로 들어오려고 우회전을 하다가 의자를 건드린 것입니다. 차의 힘으로 의자 다리는 부러졌고 손님 차에도 크게 흠집이 생겼습니다. 옆 가게 사장님은 뛰어나와서 다짜고짜 손님에게 반말로 소리 질렀습니다. ”운전 똑바로 안 해? “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옆집 사장에게 큰 소리로 대꾸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어탕 사장님과 평소에 특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았지만 나쁜 사이도 아니었기에 좋은 말로 양해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운전했던 손님이 자기한테 기분 나쁜 말을 했다고 쉽게 화를 풀지 않았습니다. 사실 먼저 큰 소리를 낸 것은 본인인데도 운전자가 자기에게 기분 나쁜 말을 했다며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를 내뱉었고, 의자를 망가트렸으면 미안하다고 해야지 어린 x이 함부로 말한다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습니다. 애초에 손님에게 운전 똑바로 하라고 먼저 소리쳤던 것은 이미 잊어버리고 상대방의 방금 한 말만 문제 삼아 싸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가끔 다툼이 있을 때도 심각해지는 경우는 항상 ‘방금 한 말’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감정이 상했을 때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말이 상대방에게 분노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사실 ‘방금 한 말’이라는 것이 특별히 준비했거나 생각을 많이 해서 한 말이 아니고 순간적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에,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되물으면 생각이 안 날 때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이 나더라도 대부분 그런 말은 잘못한 말인 경우가 많아서 알량한 자존심을 세워 보려 모른다고 하거나 자포자기 심정으로 원하는 대로 한 번 더 상기시켜 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홀 직원이 전날 집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옆 가게 사장님은 최근에 손님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가진 마음의 문제인지 주변 상황으로 인해 생긴 문제인지는 몰라도 이미 그런 이유로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상대방의 방금 한 말에 화가 치밀었을 수도 있습니다. 잘못한 말이긴 하지만 다른 상황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싸움의 시작도 말이지만 끝맺음도 말입니다.

일찍이 엘튼 존 형님은 ‘sorry seems to be hardest word’라는 제목으로 미안하다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노래하였습니다. 새삼 그 노래가 더욱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가벼운 감정과 얕은 생각으로 내뱉은 방금 한 말은 싸움의 원인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멋쩍게 풀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앙금을 남기지 않고 좀 더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렵겠지만 명확하게 인정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어야 합니다. 우리는 가끔 나약한 마음으로 쓸데없는 자존심의 벽이 너무 높을 때가 있습니다.

화요일 연재
이전 05화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