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시작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가게는 서울과 고양시의 경계지역으로 오래전부터 가든형 식당이 몰려 있어서 나들이와 외식을 위한 손님이 많이 찾는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매장손님 응대하는 것만으로도 바빴습니다.
한식이면서 쌈밥이라는 특성상 매장에서 먹는 것만큼의 맛을 줄 수가 없다고 생각했고,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사용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심각한 매출 하락에 그런 생각들은 대단한 신념이 아닌 그저 귀찮음에 대한 그럴듯한 핑계일 뿐이었습니다.
배민에 입점 신청을 했습니다. 쿠팡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이 옵니다. 심지어 쿠팡은 메뉴 사진도 무료로 찍어주었고 오히려 더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찬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담습니다.
김치 겉절이도 이파리와 배추 줄기 부분을 적절한 비율로 담고, 갓 지은 솥밥을 담았습니다.
리뷰가 없으니 처음에는 주문이 들어오질 않습니다. 가끔씩 "배달의 민족(또는 쿠팡) 주문!" 하고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한 번 두 번 주문이 들어오고 리뷰가 올라오다 보니 주문량이 늘었습니다.
쌈밥에 쌈을 빼먹기도 했고, 밥이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국물이 다 흘렀다고 불편한 리뷰가 달리기도 했습니다. 실수들이 모여서 조금씩 모양새가 잡혀가고 리뷰에 극찬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매장에서는 실수가 있으면 바로 대응을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배달은 불쾌함을 리뷰로 반응하기에 조마조마했습니다.
배달이 시작되고 두 달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배달은 남는 게 없다'는 말, 듣던 대로 실감이 납니다.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광고비 등으로
전혀 안 남는다는 아니지만, 손님의 극찬을 들으면서 배달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가격이나 구성에서 조정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식당의 위치 때문에 배달 라이더가 잘 안 잡혀서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답답함에 직접 배달라이더가 되기로 하고 플랫폼에 가입했습니다. 특별히 바쁜 시간이 아니라면 우리 가게로 들어온 주문을 스스로 라이더 배정을 받아서 배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골목골목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주문이 들어옵니다. 나름 동네구경, 집구경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비록 손님의 얼굴은 못 보지만 한 끼의 식사로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해드립니다.
온도가 약간 올라가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말의 매출이 조금씩 오르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매장이 바빠지면 배달 주문받기가 어렵게 됩니다.
온라인 시대에 플랫폼은 다양한 기회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중간에서 많은 것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네이버, 쿠팡, 배민 등의 플랫폼이 설계하는 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