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

목욕탕에서

by 차진호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아이들이 시켜 먹은 식은 치킨이 남아있었습니다. 냉장고 구석에 있던 맥주를 꺼내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하루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맥주의 알코올은 몸을 말랑하게 만들었고 눈꺼풀은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자기 전에 먹은 치킨과 맥주는 밤새 몸을 저릿저릿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 한밤 중에 일어났습니다. 머리는 무겁고 몸은 찌뿌둥해서 샤워를 하려다가 목욕탕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었습니다.

검색을 하다가 좋은 리뷰가 있는 목욕탕을 발견했습니다. 옆동네라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곳이었지만 일찍 일어나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운전을 했습니다.


오래된 목욕탕이었습니다.

대중목욕탕에 마지막으로 언제 갔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목욕탕에 대한 어릴 적 기억은 선명합니다.

이름이 OO 목욕탕이 아니고 OO 사우나입니다. 리뷰에 적힌 대로 깔끔했고 탕이 있는 곳도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습니다.

넓은 곳은 아니지만 필요한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욕장 밖에 텔레비전을 유난히 큰 소리로 켜 놓았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발소 사장님은 이른 새벽임에도 반듯한 가르마 머리와 얼룩하나 없는 흰색 가운을 입고 계셨습니다. 냄새와 온도 공기마저 모든 것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완벽한 공간이었습니다.


오랜 단골로 보이는 어르신 세 분이 계셨습니다.

좋아서 내는 소리가 맞을 겁니다. 어떤 소리를 내며 탕 안에 계시는 분. 이미 목욕을 마치고 드라이를 하고 계시는 분, 청소하는 아저씨와 자연스럽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어르신까지 마치 데자뷔처럼 예전부터 있었던 변함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온탕, 열탕, 냉탕, 산소방, 소금방을 들낙거리며 거의 한 시간 동안 온전히 즐겼습니다.

맥반석으로 삶아진 달걀과 캔커피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무거웠던 머리는 맑아졌고 찌뿌둥한 몸은 개운해졌습니다.

밖으로 나와보니 어둠 속에 있었던 사우나 건물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고

금빛의 아침 햇살이 쌀쌀한 공기를 포근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연히 찾아온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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