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식당의 하루는 단순합니다.
복잡한 일들과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는 곳이지만 그 역시 반복되다 보면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식당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갑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시간은 11시부 터지만 8시부터 준비하고 밤 9시쯤 마무리가 됩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매달리는 일이지만 점심 장사의 비중이 커서 점심시간만 지나고 나면 왠지 하루가 다 지나간 느낌을 받게 됩니다.
큰 사고만 없다면 매일 같은 일의 연속입니다.
식당에서 집까지 거리는 가깝습니다.
자동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이라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은 큰 복으로 생각합니다. 매일,
집에서 가게로, 가게에서 식자재 마트나 시장으로, 그리고 가게에서 집으로 왔다 갔다 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 태극권 수련을 위해서 40분 정도 걸리는 일산을 다녀오는 것이 유일하게 조금 먼 다른 동네로 가보는 시간입니다.
요즘에는 가끔 배달을 통해서 동네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점심장사가 끝나고 저녁시간까지 2~3시간 여유가 있어서 매일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드럼을 배워 보기도 했고, 실내골프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재능도 없는 듯하고 배움의 목표가 뚜렷하지가 않았고 무엇보다 이것저것 하려니 돈 쓰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요즘, 밤은 나에게 너무 빠르게 찾아옵니다.
아침에 눈 뜨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금세 밤이 됩니다. 무서울 정도로 하루가 순삭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보다 밤이 좋습니다.
멈출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실제로 멈추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멈출 수 있는 명분은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세상은 미사일 날아가 듯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신없는 것 같은 세상이 사실 나의 하루에는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변화의 속도와 내 하루의 속도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듭니다.
우선 멈추고, 잠시 멈출 수 있는 긴 밤이 필요합니다.
나에게도 세상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