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얼굴이 좋아집니다.

by 차진호

년 12월 초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게를 찾아 주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꾸준하게 가끔씩 찾아주는 부부손님입니다.

반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부부는 결혼기념일이라 20년 만에 제주도로 여행 간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동안 두 사람은 항상 같이 오긴 했었지만 사이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많아 보였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말을 인정하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아내가 하는 불만의 소리를 그저 들어줄 뿐이었습니다. 저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 남편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지만 아내의 편에서 말을 거들었습니다.


부부는 자주 오면서도 무뚝뚝했고 인사를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손님의 아내는 더 무뚝뚝했지만 음식에 대해서나 직원이 서비스하는 부분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하는 말을 서슴없이 전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은 손님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그렇게 자주 오지만 무뚝뚝한 손님을 보면 더 말을 걸고 싶고,

손님에게 감추어진 미소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그런 간절한 마음과 한마디라도 더 말을 시켰던 노력으로 언제부터인가 부부는 조금씩 인사도 잘 받아주고 먼저 본인들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할 때 결혼기념일 선물로 판매하는 과자를 챙겨 드렸습니다. 그러자 아내분은 너무 고마워하면서 시댁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것을 식당 사장님이 챙겨 준다며 서운했던 마음을 남편에게 쏟아내었습니다. 괜히 분란을 일으킨 것 같아서 미안했지만 남편은 늘 하는 소리 라며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정말 작은 선물이지만 크게 감동해 주어서 기뻤고 저 또한 감동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여행 다녀온 이야기부터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남편이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했던 주식이 엄청 올랐다며 남편도 아내도 얼굴이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서로 대화를 합니다. 한 번씩 저도 껴서 이야기를 합니다.

부부는 식당 근처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보통 한가한 시간에 와서 반주와 함께 식사를 합니다.


손님의 마음이 열리고 인상이 좋아진 것이 나의 노력 때문인지 주가 상승으로 돈을 벌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결혼기념일이라고 챙겨드렸던 작은 선물의 감동을 계속 말씀하는 것을 봐서는 어느 정도 제 역할이 한 몫한 것은 틀림 없어 보입니다


남편은 제게 주식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늘 눈에 힘이 들어가 있던 부부의 얼굴은 밝아졌고, 미소를 장착하니 주름이 펴진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열리면 얼굴이 좋아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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