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대합니다

나의 착각

by 차진호

평소에 화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 가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옆에 보리밥집으로 가는 손님을 보았습니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그런 헁동을 해도 크게 화나지 않습니다.

옆 가게에서 쓰레기봉투를 엉망으로 내어 놓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이 더 난리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거나 성화에 못 이겨 한마디 합니다.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직원이 실수를 해도,

손님이 무례한 행동을 해도

순간 짜증이 났다가도 당사자를 보면

헛웃음이 날 뿐입니다.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웬만해서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정말 관대한 마음을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화를 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자주 화내지 않지만 한 번씩이라도 분명하게 말하며 권위 있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화가 자주 납니다.

짜증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주문 실수가 있을 때,

무리한 요구나 행동을 하는 손님을 보았을 때, 자녀들이 방을 어지럽히고 게임이나 쇼츠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한마디 합니다.

물론 그마저도 상대방에 따라서 다툼이 나지 않도록 조절은 하지만 그전보다 화내는 일이 잦아진 것 같습니다.


갑자기 화를 크게 냈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의 사소한 문제행동을

지적했는데 반항적인 말투와 태도에

목소리가 커졌고 말이 빨라지며 거친 말을 쏟아냈습니다.

아들은 당황했고, 제 스스로도 어색했으며

잘못에 비해 좀 과하게 말을 한 것 같아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내게 갱년기가 온 것 같다고 말합니다.


나는 관대했습니다.

그렇게 믿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 문제 되지 않도록 잘 참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호르몬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관대하기로 했습니다.

화를 내는 나의 모습에 후회와 실망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했는데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본능이든 본성이든 갱년기 증상이든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다만, 말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화를 내더라도 후유증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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