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주는 남자

반려동물 복남이

by 차진호

개나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니고

막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라고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키울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궁금한 만큼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아내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마음과 아이들에게 산책을 비롯한 기본적인 케어를 반드시 스스로 할 것에 대한 다짐을 받아내고서야 작고 하얀색의 몰티즈를 집에 들이게 되었습니다.


복남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남자였고 웬만한 귀여운 이름은 너무 흔해서 재미 삼아 복을 주는 남자 복남이라고 지었습니다.

집에서는 재밌다고 했는데 막상 밖에서는 복남이라는 이름이 선뜻 말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보리, 쵸코, 두부, 호두 등 예쁘고 귀여운 이름을 부르다가 갑자기

“복남이 보호자님~”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깜짝 놀라고 순간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입에 붙어 버려서 바꾸기도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문제의 반려견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보호자들의 상황을 보면서 정서적 호기심 때문에

강하게 반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알기라도 했는지, 어린 시절에만 잠깐 심한 입질과 배변 실수,

집을 정신없게 만들던 복남이는 지금은 너무도 의젓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약속과 다르게 아이들은 복남이에 대한 케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결국 나의 역할이 되었습니다. 맨손으로 만지지도 못했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어린아이 씻기듯 복남이의 몸을 박박 잘 씻깁니다. 산책도 나의 일이 되었습니다.

자녀들은 사춘기가 되면서 함께 보다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조금씩 멀어지는데

복남이는 자꾸 밀어내도 소파에 앉으면 계속해서 내 곁으로 옵니다.

책상에 있어도, 밥을 먹는 식탁에 앉아 있어도 녀석은 내 발등에 살짝 걸쳐 앉아 있습니다.


이젠 가끔 보면 안쓰럽고, 잘 살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됩니다.

며칠 전에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여기저기 문제 있는 곳이 있다며 먹는 것부터 다시 점검해 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온전하게 좋아하는 건지 정서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복남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솔직히 약간의 귀찮음은 있지만 내게 말없이 위로와 위안이 되어 주는 것을 보면 이름만큼이나

인생의 좋은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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