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럭키박스

인생이라는 랜덤박스

by 차진호

북적이는 손님들로 바쁜 주말, 사장님!!~ 다급하게 가게 입구에서 한 손님이 불렀습니다.

주로 주말에 귀엽고 예쁜 딸과 함께 찾아주시는 가족의 아빠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울고 있었고, 아버님은 조심스럽게 제게 부탁했습니다.


가게 입구에는 랜덤럭키박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3년전 오픈 준비가 한참이던 때, 며칠을 꾸준하게 찾아오며 랜덤박스 설치를 부탁하는 영업 사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푼돈을 뺏는 것 같기도 하고 잔돈 교환을 해줘야 한다는 약간의 귀찮음으로 설치할 생각이 없었는데 꾸준하게 손님으로 찾아오는 노력 덕분에 가게 입구에 랜덤 박스를 놓게 되었습니다. 알록달록 화려하고 불빛이 번쩍번쩍 거리며 한 번씩 신나는 노래도 나오는 기계입니다. 1000원을 넣고 반짝이는 버튼을 누르면 수많은 달걀 모양의 캡슐중에 하나가 톡 떨어져 나옵니다. 캡슐 안에는 달콤한 사탕이나 카라멜이 들어있기도 하고 키링, 조립해야 하는 작은 장난감이 나오기도 합니다. 가게에 오는 모든 아이는 랜덤박스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엄격한 부모에 의해 제지당하는 경우는 가끔 있을 뿐 대부분은 랜덤박스에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관대한 부모님이거나 아이의 고집이 센 경우에 심지어 대 여섯 번씩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다급하게 저를 찾았던 아버지는, 너무 죄송하지만 랜덤박스의 문을 열어서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이 들어있는 캡슐로 빠꿔 달라는 말씀을 하였습니다. 세 번을 하였는데 똑같은 것만 나왔다며 아이는 울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고민 끝에 저에게 부탁했던 것입니다. 약간 당황했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가게가 바쁜 상황이어서 그런 부탁이 조금 불편했고 혹시나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잘못된 것을 심어줄 것 같아서 순간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아빠는 난감해하며 간절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결국, 여러 이유보다 단골 손님의 마음을 사는 것이 더 좋다는 얄팍한 마음으로 랜덤박스 열쇠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당부했습니다.

“이건 절대로 안되는 건데, 우리 친구가 점심밥을 아주 잘 먹고 어린이집도 잘 다녀서 특별하게 해주는 거야” 아이의 아빠도 반복해서 거들었습니다. 오늘만 특별하게 우리 딸이 밥 잘 먹어서 해주는 거라며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노라고 다짐도 하게 시켰습니다. 그리고 박스 문을 열고 아이가 원하는 캡슐을 꺼내 주었습니다. 아이는 금새 눈물을 그쳤고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신이 나서 가게를 나섰습니다.

흔히 뽑기라고 하는 랜덤럭키박스는 이름이 매력적입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지만 꽝은 없습니다. 운이 좋으면 꽤나 괜찮은 것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좋아하는 것이 나오질 않아도 간절히 원하면 바꿔 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묘미를 알고서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알록달록 반짝이는 화려한 외관과 한 번씩 튀어나오는 음악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박스 속에 가득 들어있는 캡슐을 보면서 가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는 것은 본능적으로 해 버립니다. 간혹 캡슐 속 내용물을 갖는 것은 뒷전이고 뽑기 하는 행위 자체만을 하려는 아이도 있습니다.


문득 우리는 거대한 랜덤박스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인생의 공간에서 많은 시도를 합니다. 럭키하게 원하는 것을 한번에 얻을 수도 있습니다. 캡슐을 손에 다 들고 갈 수도 없음에도, 좋은 것을 가졌음에도 욕심으로 계속 하려고 합니다. 꽝이 없다는 것, 좋은 것을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인생과도 같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도 죽지 않고 의지만 있다면 무한 기회는 주어집니다. 물론 인생에서의 실패는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복된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하지만 보통은 그로 인해 무너지는 경우가 주변에는 더 많이 있습니다. 때로는 실패했을 때 절대자가 나타나서 한번에 구원해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을 갖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랜덤박스의 문을 열어줄 절대자가 열쇠를 들고 나타나길 순간순간 소망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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