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머니 생전에만 제사, 명절을 챙기고 그 이후로는 안 하기로 시댁형제자매들과 합의를 했다.그래서 처음으로 추석을 우리끼리만 보내게 되었다.
이번 추석에는 자유롭게 아이들과 지리산 장터목에서 1박 하고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국립공원예약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5분 안에 끝나서 로또당첨만큼이나 어렵다는 장터목대피소 예약에도 성공했다.
투구꽃
힘들게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대피소로 갈 때 짙은 보라색 투구꽃이 눈에 띄었다. 옛날 사약의 재료로 쓰였다던 독초인데 아름다움 또한 치명적이다. 제석봉과 천왕봉 사이에 투구꽃 군락지가 있다.
쑥부쟁이. , 구절초
비슷하지만 또 다른 꽃. 연보라색이 쑥부쟁이고 흰색이 구절초이다. 다들 국화과 식물이라 비슷비슷해서 초보자에게 이렇게 구분하라고 했다. 화분에 있으면 국화고, 길가에 핀 연보라색은 쑥부쟁이고, 보라색은 벌개미취이고, 산속에 핀 흰색은 구절초인데, 똑같이 흰색이어도 화단에 심어져 있으면 마가렛이나 샤스타데이지라고.
용담, 산오이풀
천왕봉에서 하산하는 길에 만난 보라색 용담과 산오이풀이 아침이슬에 젖어 아름다움을 더했다.
동자꽃, 나래회나무 열매
35년 전 처음 지리산 장터목을 갔을 때 가장 신기하고 반가웠던 꽃이 바로 주황색 동자꽃이었다. 식물도감에서나 보던 꽃을 직관했을 때의 감동이란.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때 옆에 있던 동창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그 꽃을 나는 소름이 돋을 만큼 반가워했었다.
나래회나무는 이번에 보고 열매가 예뻐서 이름을 알게 되었다.
정영엉겅퀴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한지는 잘 모르지만 정영엉겅퀴 같다. 흰 고려엉겅퀴와 비슷하여 구분이 확실하지는 않다
장터목에서
장터목에서 일몰을 맞은 아들
지리산 천왕봉 일출
운해와 일출
3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걸을 때만 해도 짙은 안개와 구름 때문에 일출은 못 보겠거니 했는데, 5대쯤 쌓은 덕을 이걸로 퉁치려나 할 정도로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일출과 더불어 발아래 깔린 운해와 섬처럼 떠있는 산봉우리가 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