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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폭염의 후유증

by 라자스타니
화이트링

2024년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었다.

습도마저 높아서 하루종일 거실에어컨을 틀고 있어야 했다. 에어컨을 트니 거실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공기가 갇힌 베란다 온도는 처음으로 한낮에 41도를 넘었고 밤에도 28도 이하로 잘 내려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나마 시원한 거실은 난초 일부를 피신시켜 복잡했기에 제라늄은 그대로 더위에 노출되었다.

선풍기 2대를 24시간 내내 돌리고, 바닥에 물 뿌리고, 버티칼을 쳐서 햇볕 일부를 차단해 봤지만 무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루윅스버거

제라늄 속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조날계, 리갈계, 아이비계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잎이 부드럽고 끝이 둥글며 줄기에 수분이 많은 일반 제라늄(페라고늄)은 조날계, 잎이 뻣뻣하고 끝이 뾰족하며 줄기가 목질화되어 단단한 리갈계(랜디 제라늄), 잎에 유난히 광택이 나고 덩굴처럼 늘어지는 아이비계 제라늄이 있다.


애플블라썸


올여름 더위에 약한 조날계 제라늄을 거의 다 잃고 말았다. 지난해는 하얗게 탈색된 잎이 나오다가 찬바람 불면 회복되곤 했는데 올해는 결국 회복되지 못하였다.

겨우 한 두 개 살아남은 아이들이 초록색 새살을 내밀며 희망이 되고 있다.


더위에도, 추위에도 강하고, 치명적인 무름병에도 강한 리갈계는 이폭염에도 큰 탈없이 버텨 냈다. 너무 커져서 순지르기를 한 뒤 자른 순들은 다시 뿌리내리기를 위해 지피포트에 꽂았다. 리갈계 제라늄에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일년내내 꽃피는 조날계와 달리 봄~초여름에만 꽃이 핀다는 것이다.


텅 빈 제라늄 화분대가 다시 이 아이들로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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