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정말 바닥이라고 느꼈던 날들
정말 힘들 때는
아프다는 말 조차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다.
그 말 한마디를 꺼내는 순간
설명을 해야 할 것 같고,
이유를 붙여야 할 것 같고,
어디까지 아픈지, 어느 정도 힘든지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만 같다.
괜히 말했다가
“그 정도는 다들 겪어”라는 반응을 들을까 봐,
“그래도 너는 나은 편이잖아”라는 말에
내 마음이 더 작아질까 봐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이 정도로 힘들어하는 내가
너무 예민한 사람처럼,
유난스러운 사람처럼 느껴져서
아픔보다 먼저 부끄러움을 숨긴다.
그래서 그냥 삼킨다.
괜찮은 척을 한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끝까지 버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하루가
오히려 잘 해낸 하루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에
스스로에게 상처를 준 사실은
뒤로 미뤄둔 채 말이다.
말하지 않는다고
아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누르지 않는다고
통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은
조용히 안쪽으로 쌓이고,
아무도 모르게
몸과 마음의 구석에 눌어 붙는다.
그래서 어느 날은
아무 일도 없었는데 유난히 지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갑자기 무너져 버린다.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한 날들은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통증 때문이 아니라
아픈 채로 혼자 버텼다는 사실이
나를 더 오래 붙잡는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했던 기억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선택했던 순간이
더 깊은 상처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