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은 사진이 뭐였더라 고르다가 최근에 블로그에 올리다가 편집한 사진과 엉켜서 헷갈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아침이 엇비슷하니까. 토마토, 달걀, 양배추, 빵이 기본으로 거의 매일. 과일도 사과, 바나나, 키위, 블루베리에서 오락가락. 기타 샐러드도 파프리카, 상추 등.
내가 먹는 식자재의 종류가 이렇게 몇 가지 되질 않는가? 이 땅에서 기르는 작물도 가뜩이나 제한적인데다 입맛도 보수적이라 그 중에서 또 골라먹긴 했지. 먹거리가 귀할 때는 먹어서는 안되는 것 외에는 다 먹었을 텐데 배가 부르다보니 입에 맞는 것만 찾았나보다. 에라이.
핑계가 좋지만 그런 의미에서 점심엔 브런치 뷔페로 향했다. 물론 꼬여가는 삶의 여건을 돌파하기 위한 회의를 거듭하던 터라 열을 좀 받기도 했었다. 진기한 것들 많다며 막 줏어담는다.
옥수수를 섬기던 멕시코에서 신의 육신으로 만든 토티야에 과카몰리를 듬뿍 발라 살사소스를 넣어 둘둘 말아먹는 모습을 이 땅에서 연출하고 있다니. 참으로 글로벌하구나. 오, 생각해보니 이집트에서 주로 나는 병아리콩을 갈아서 스페인산 올리브유에 비벼 만든 후무스를 아침마다 먹었으니 파라오가 부럽지 않았다. 엊그제 나무 두 그루를 갖고서도 따지 못한 신선한 오디도 두 알. 그러고보면 나는 이전 어느 인류도 누리지 못한, 전 세계에서 진상된 풍성한 식자재를 먹고 있었다. 행복한지고. 비결은 간단하다. 뷔페에 들어설 때 정문이 아니라 후문으로 들어섰는데, 쿠팡 프레쉬 바구니가 가득했다.
인간도 지구에 속한 물질인지라, 살과 뼈는 흙을 닮고 체액은 바다를 닮는다 했는데. 두루두루 골고루 섞어 먹는 것은 좋다만 탄소 발자국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은 곤란하고. 인근 지역에서 난 제철 먹거리만 먹자니 너무 제한적이고. 내 나라 내 땅 대한민국은 섬나라에 식량안보는 최악수준이고. 방법은 내 주변 밭에 여러 작물을 골고루 심어보는 것인데. 운동본부라도 하나 발족할까나. 아니, 나부터도 귀찮고 힘들어 작물 못심고 나무 심었잖은가. 어휴. 오늘의 교훈. 먹는 것은 쉽고, 심고 기르는 것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