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몸일기라는 폴더 이름이 무색하게 일주일에 하루나 썼나 싶다. 이제 좀 진득하니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시작하려니 사뭇 의욕적이었던 초심 앞에 부끄러움이 앞선다.
물론 변명부터 앞세우고 싶다. 남들에게 공개하는 일기이니만큼 둘러보시는 분들이 머무는 시간에 값할 만큼의 정보가 있거나, 그저 소회일 뿐이라면 공감할 구석이라도 있거나 해야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쓰질 못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 지켜보며 늘 마음속 사표로 삼고 있는 이웃님이 계신데, 그분은 '치병일기'를 매일 쓰신다. 일기에 연번을 달고 계셔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매일의 기록이 곧 1000회를 앞두고 있다.
천일동안. 노래로 만들법한 그 시간, 연번을 달아가며 일기를 쓰신 마음이 어떤 것이었을까 감히 짐작도 어렵지만, 막상 생각해 보려니 눈물이 앞선다. 오늘도 그 일기를 열어보며 생의 의지를 얻는 이웃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지난여름부터 기획하고 있었던 소재가 있다. 이름하여 '불면의 밤'. 마음은 컸지만 여전히 착수를 못 했던 것은 여전히 불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 겸 항불안제를 복용하면서 시작된 그 싸움은 그 약을 끊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 하여 시행착오만 늘어놓는 무책임한 글이 될까 싶어 엄두를 못 냈다.
불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요즘 즐겨보는 '꿀잠 튜브'. 거기서 강조하는 것은 꿀잠 역시 생체리듬을 지켜내려는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암환자나 당뇨환자들이 식이를 꾸준히 관리하듯, 불면도 생활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도, 삶도 그렇지 싶다. 뭔가 그럴싸한 소재가 떠오르질 않는다고 며칠이고 방치하다가, 무슨 뮤즈라도 만나면 일필휘지로 써 내려갈 거라는 습관부터 버려야겠다. 그저 매일의 성실함만이 답이라는 것을 다시금 새겨본다. 구정이 있어 다행이다. 1월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2023 계묘년 새해의 다짐이라고 우겨본다.
나도 연번을 매겨보기로 했다. 날마다 도착하는 블로그 이웃님의 일기글에 대한 오마주이다. 내 몸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너를 방치하지 않겠노라고. 하루하루 매일매일 사랑해 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