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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일기5> 소화(宵火)

by 혁이아빠

화요일 저녁, 합창 연습시간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쉬엄쉬엄 열심히 마음을 모으고 있다.

연습하러 올라가는 길, 알토의 누님 한분이 마음이 얹힌거야 잘 읽었다고, 내가 읽고 보았던 책과 영화들도 함께 보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5년 전 신장암을 경험하셨기에 존재 자체로 의지가 되는 분인데, 책으로 마음을 열고 표현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신다.

요즘 연습하는 곡 중 하나는 'Butterfly'. 영화 국가대표의 OST 이자,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마지막 회를 장식한 노래. 항암을 하면서 보았던 지라 노래를 들으며 어찌나 울었던지.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온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꺼져가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칠흑 같았던 시간, 지극한 마음으로 생을 붙들려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에서 보았던 빛이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평범한 어른들의 뒤에서도 보인다. 깜빡이는 반딧불(宵火)처럼.

태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 가슴 안에 깜빡이는 불빛을 보는 일은 신비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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