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몸일기6> 양압기 안녕

by 혁이아빠

덩그러니 코스크만 남았다. 한 달 넘게 진행했던 생체실험을 마치고 결국 반납하고 말았다. 수면무호흡을 교정하기 위해 도입했던 양압기. 반납 신청을 하니 택배사에서 데려가는데, 내 몸에 가장 밀접하게 닿았던 부위는 재사용이 어려운지 반납하실 필요가 없단다. 반납해도 폐기한다고.



월요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폐지되었건만, 사람들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것 같다. 직장에서도, 헬스장에서도, 필라테스에서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장기화된 마스크 착용 기간 동안, 마스크에는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는 공중보건상의 의의를 넘어선 사회적 기능이 추가되었다. 표정을 들키지 않아 얼굴근육을 스마일로 유지하기 위해 쓰던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었다. 바쁜 아침 꾸밈 노동에 빼앗기던 시간도 회복했었다. 여차하면 면도를 건너뛸 수 있었던 남자들도 수혜자였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나를 익명의 상태로 보호해 주는, 일종의 보호막이었다.



나를 알아보는 이가 많지 않은 파견근무지에서 생활하는 나는 비교적 마스크의 보호 기능에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하여 단 하루도 지체 없이 바로 벗었다. 늘 숨이 막혔기에, 마스크가 산소마저 걸러내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될 정도로. 호흡이 편하니 저 심부 말단의 세포까지 산소가 잘 들어가는 느낌이다. 아니 느낌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반면, 어떤 마스크는 깊숙한 곳까지 산소를 늘 보내주기도 한다. 양압기가 그렇다. 수면의 문제로 씨름하던 나날이 길다 보니 당연히 수면다원검사도 실시했었다. 1년 반 전에는 불합격이었는데, 체중이 늘어서인지 작년 초겨울 치른 검사에서는 원치 않게 합격을 해버렸다.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양압기를 저렴하게 임대 받을 수 있는 점수를 넘긴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더라. 숨을 쉬자고 쓴 마스크인데 숨이 막히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벌떡 일어나 벗어던지는 사태가 몇 차례 반복되었다. 나만 이런가 싶어 좌절하던 차, 수면무호흡이 중증이 아닌 경우는 적응 실패하는 사례가 잦단다. 버티고 버티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던 날, 같이 벗어버렸다.



이젠 내 호흡만으로 깊이 숨을 보내야 한다. 낮에는 심호흡을, 밤에는.... 내 의지와 습관으로 조절하기 어려우므로 살을 빼야 한다.



덩그러니 남은 나잘 마스크(코스크)와 스트랩은 잘 닦아 보관하고 있다. 당근에 올려야지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몸일기5> 소화(宵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