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일 들떴다. 몸의 기쁨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2년 정기검진 합격이다. CT를 들여다봐도 뭐가 없단다. 지난주 은근하게 신경 쓰이게 하던 옆구리 통증도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하긴 통증은 이미 지난주말 몰래 도망갔다.
이상 없다는 전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의 힘찬 목소리에 감기까지 놀라 도망갔다. 이상하게 진료 전에 칼칼하던 목이 확 트였다. 마음은 몸의 지배를 받는다는 생각이 아직 지배적이지만, 가끔은 그 역도 맞다. 병이란 마음먹기 나름인 경우도 있는 것.
사실 들떴던 이유는 또 있다. 지난번 진료 때 교수님께 수줍게 책을 드리고 나왔는데, 다 읽으셨단다. 그것도 재미있게. 10권이나 사서 지인들에게도 권하셨다고. 업으로 해보라고 권하신다. 교수님 치료 정말 잘 하신다. 항암제 안 쓰고 말로 치료해버리시네.
돌아보니 정말 그렇다. 평안한 얼굴로 맞아주시고 힘찬 목소리로 안부를 묻고, 운동이나 열심히, 더 열심히 하라며 독려해 주셨다. 항암 초반, 혹시 쉬겠다고 하면 진단서 써주실 수 있냐고 여쭈니 쉬지 말고 계속 출근하라고 따끔하게 혼내주신 것도 교수님이다. 그 목소리에 기대 난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믿을 수 있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항암제의 효과야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교수님의 앳되고 당찬 목소리만큼은 참 효험이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못 드리고 나왔다. 아직은 앞으로도 자주 뵈어야 하니 다행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