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로 오니 마음이 일단 편안하다. 이유는 우선 밀도가 낮아져서. 복잡한 서울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다 전주에 오니 사람 간의 거리가 확보되고, 거리는 탁 트였다.
이 사진은 그냥 여러 탑승객이 '내려가는 중'인 장면이 아니다. 그냥 정지 화면이다. 플랫폼이 꽉 차 플랫폼에 내려가는 계단에 줄을 선 것이다. 강남역 6시가 조금 지난, 즉 퇴근이 시작된 무렵이다. 저 대기줄을 따라 내려가 플랫폼에서 열차를 타기까지 3~4개의 열차가 그냥 지나갔다.
전주로 내려오는 열차를 기다리다가 용산 부근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났다. 대뜸 전주를 걱정한다. 거기에는 직장이 없는데 젊은 친구들이 있냐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가뜩이나 줄어든 젊은이들도 그나마 다 강남, 수도권에 몰려있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사람은 위기감을 더 느끼고 출산의지도 낮아진다더라. 뭐 연구결과가 없더라도 직관과 일치한다. 저 빡빡한 사이에 한 명 더 추가해서 그 소중한 아이를 저렇게 치이게 하고 싶을까. 헌데 출산 가능한 젊은이들은 가뜩이나 적은데 그나마 다 저 붐비는 서울 강남으로만 몰려드니.
서울에 있는 친구는 벌써 교육비 걱정이다. 아이는 우리 혁이와 같은 7세인데. 보고 듣는 것들이 다 경쟁을 부추기는 상황이어서 지출이 벌써 크다. 영유에 주말마다 수학학원 등. 그 혼잡 속에서 경쟁하며 자라다 보면 그 아이들은 더욱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지겠지.
출산율이 다시 최저를 경신했다는 말을 어제 뉴스로 보았다.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악순환의 루프에 진즉 빠져들어서 헤어 나올 길이 요원해 보인다. 생명을 초대할 만한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워서, 오랜 시간 기반만 마련하다 결혼해 보니 출산하기 어려운 나이라서, 내가 살아보니 권할만한 세상이 아니어서. 하여간 주택이며 소득이며 육아 교육 인프라며 이런저런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다.
글쎄. 우리 사회처럼 해방과 농지개혁과 전쟁으로 한번 싹 갈아엎고 시작한 사회야 계층 간 이동의 역동이 그간 컸고,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도 컸다. 평등 의식도 그만큼 유난했고. 그 속에서 형성된 자녀에 대한 기대도 남들만큼, 혹은 나보다 상승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계급이 고착화되고 있다. 나보다 자녀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란 기대가 희박하다.
그렇다면 그런 사회들은 모두 출산율이 낮은가? 오래도록 계급이 고착화된 사회에서도 노동 계급은 그들대로, 중산층은 그들대로, 자산가나 귀족은 그들대로 삶의 전망이 있고 자녀를 낳아 대를 잇는다.
삶에 대한 기대와 시선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요즘의 생각이다. 1등이나 최고도 말고, 최선도 말고. 애쓰는 경쟁 말고 '적절한 삶'을 이상향으로 보급해야 하지 않나 싶다.
몸일기에서 생각이 너무 밖으로 나갔다. 내일 하루 내 몸도 그렇게 살자. 몸이 주장하는 만큼만, 더 밀어붙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