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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일기27> 아직 남은 겨울

2023.2.22.

by 혁이아빠

방전이다. 낮부터 졸렸다. 기껏 사람을 만나 앞에 두고 하품을 했고, 저녁에 만나자며 약조한 이에게 가지 못했다. 예전처럼 무식하게 의지가 끌고 가는 대로 몸을 혹사시키진 않지만, 몸이 보내는 지쳤다는 신호를 조금 더 빨리 알아챘으면.


저녁에 만나기로 했던 착한 친구는 나에게 대접할 생각이었던 음식을 싸 들고 집으로 찾아와 전해주었다. 물론 5분 거리에 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고맙다.


친구가 주고간 샌드위치. 콩고기라고 한다. 맛이 그만이다.

올겨울은 그래도 지난겨울보다 덜 추웠다. 객관적인 기온이 높았다는 것이 아니라 내 손과 발에 남아 있는 냉기가 덜했다는 뜻이다. 내 심장이 저 멀리까지 피를 더 힘차게 보내주었다는 뜻이다.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외출할 때면 아직도 장갑으로 부족하다. 대용량 핫팩을 주문하려니 30개가 최소단위. 주문했다가 친구에게 핀잔을 들었다. 겨울이 얼마나 남았다고 이걸 이렇게나 샀냐며. 아니, 내겐 3월까지 겨울이란다 친구야. 난방비 적게 드는 너는 모를 것이다.


아직 남아 나를 괴롭히는 겨울 추위지만, 겨울도 삶이고 똑같이 귀한 나날이다. 꽉꽉 누려야지 다짐하면서도 못내 봄을 그리워한다. 내일 전주에 돌아간다. 봄이 마중 나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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