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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일기33> 마음이 놓여

2023.2.28/

by 혁이아빠


주중에 떡 하니 박힌 휴일. 직장인들에게는 참 보기 좋은 달력이다. 내일 무엇을 할까 하다가 함께 전주로 파견 나와 있는 직장동료와 마이산을 가기로 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울 살 땐 휴일 하면 으레 가족들과 보내야 하고, 가족들과 보내야 하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더 나은 레저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했다. 그러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또 휴가란 무엇인가, 왜 모든 직장인이 한날한시에 쉬게 만들어서 이 쉼의 가치를 전혀 체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회의하곤 했었다.


뿐만 인가. 휴일이 끼어있어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마감일은 바뀌지 않는다.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셈이고, 내일은 오늘 하지 못한 업무 위에 업무를 더 얹을 것이므로 오늘 분의 업무는 밑에 눌려 더 압축되고 밀도 높아져 있을 것이다.


휴식이 주는 편안함은 휴식의 말미에 찾아오는 더 큰 불안과 초조로 상쇄되었다. 내일 출근하면 잘 쉬었으니 열심히 하자며 평상시보다 더 많은 요구사항이 별똥별처럼 쏟아져내리겠지. 이쯤 되면 아, 차라리 휴일이 없는 게 더 낫지 싶었다.


주 7일로 쫙 펼쳐서 일하면 그나마 밥이라도 제대로 챙겨 먹어가며, 맛도 느껴가며 하겠는데. 주 5일에 하라니 가뜩이나 '해낼 수 있을까' 고개를 젓고 있건만, 휴일이 껴서 하루 더 쉬면 주 4일 아닌가. 그런다고 그게 싫어 휴일에 출근하면? 당연히 가정에서 이해받기 어렵다.


그래서, 솔직히 휴일에 몸은 레저공간을 누비고 있어도 마음이 쉬질 못했다. 누구 책 제목처럼 마음이 '얹힌' 정도는 아니더라도, 놓이질 않았다. 그래서 휴일 함께 나선 나들이 사진에서는 함께 웃고 있어도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다.


그런데, 오늘 이 밤, 주중 휴일을 앞두고 마음이 놓인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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