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다. 어제 쓴 일기가 인연이 되어, <영국 탐구생활> 안정인 작가님의 소개로 즐거운 모임에 슬쩍 낄 수 있었다. <로마로 가는 길>을 쓴 김혜지 작가의 북토크였다. 마침 완주군 핫플 소양고택 플리커 책방! 그녀의 책을 읽었던 지라, 연예인 보러 가는 심정으로 현장을 찾았다.
비아 프렌치제나. 영국 캔터베리부터 로마까지의 순례길. 우리나라 작가로선 처음 소개하는 길이다. 가까운 장래에 그 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멀어 보이지만, E북으로 그녀의 책을 들으며 걷다 보니 동네 산책길도 순례길이 되는 것을 경험했던 터라 이젠 내가 가본 곳 같다.
걷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 길 위에서 하나가 되는 경험. 이고지고 가느라 무거웠던 삶의 짐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경험. 막막한 코로나 앞에서 삶의 길이 보이지 않아 나선 길에서 막막한 길을 걸어냈다는 든든한 자부심을 건져내는 경험. 자신의 내면으로 파들어가 오로지 스스로 길어내야 할 것들이긴 하지만, 그녀가 떠온 시원한 우물 한잔 얻어 마신 기분이다.
앞으로 이어질 작가와 남편의 여정에 행운을 빈다. 수줍은 두 분의 미소를 보다 많은 여행자들이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