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일기 46> 바다 위의 산책, 목포

2023.3.13.

by 혁이아빠

매일 소풍 가는 마음으로 살기로 결심하기가 무섭게 진짜 소풍을 떠났다. 아내가 미션을 마친 기념으로. 정말 즉흥적으로 떠난 것 같지만, 실은 계획된 여행이다. 아쉽지만(감사하게도?^^) 혁이는 함께하지 못했다.

지도 위 안 가본 곳 투성이지만, 특히 가봤음직함에도 가보지 못했던 도시로 향했다. 날씨는 청명하고, 춥기보다 상쾌하다. 명물인 케이블카를 타본다. 공중산책이란다.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품은 도시, 사람 사는 곳이 자연에 안긴 모습이 편안하다.

공중산책을 마치고 고하도에 내리니 바다 위를 산책하는 듯한 해안 데크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 위를 아내와 원 없이 걸었다. 이야기를 해도 좋았고, 하지 않아도 좋았다. 자연 위에 잠시 얹혀졌다 떠나는 우리가 너무 사소해 아쉽다가도,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목포의 야경은 쓸쓸했다. 하필 월요일이어서 그런 것인지 쉬는 곳이 많기도 했지만, 가장 번화한 중심거리에서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우연하게 찾아들어간 식당의 맛은 그렇지 않았다. 목포가 지금 받고 있는 푸대접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듯, 존재감이 분명한 선 굵은 맛이었다. 이 맛은 이렇게 대강 퉁치고 갈 수 없다. 따로 정리해봐야지.

하룻밤 머물고 돌아가기로 했다. 내일이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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