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일기50] 닮고 싶은 남자의 모습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기>를 읽고

by 혁이아빠

남들이 좋다는 책은 이상하게 손이 가질 않았다. 대중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뭐 이런 류의 허세는 아니다. 남들이 좋다고, 편하다고 하는 길을 걸었고, 걷고 있는 주제이기에 막연한 반골 기질도 아닐 것이다. 남들은 지나치는 들꽃이 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하고 싶었고, 남들이 이미 상찬을 한 작품에 굳이 나까지 숟가락 얹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달까.


그래서 간절히 원하면서도 미루고 있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는 것을. 그러다 어제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예약해두신 책 안 가져가면 기회는 다른 이에게 갈 것이라고. 그래서 부랴부랴 빌리고 말았고, 오늘 일을 치르고야 말았다.


반성한다. 그녀 아버지의 장례식에 한발 늦은 느낌이다. 늦었지만, 그래도 육개장에 밥 한 그릇 받아든 느낌이다.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 그녀가 발견한 여러 겹의 아버지는, 내가 간절히 찾던 얼굴이기도 했다. 내게 보인 남성의 모습은 그저 여성의 반대편에 서서 길을 방해하는 걸림돌이거나 가로막던 벽이었다. 다 부정했다.


그러고 나니 정작 길 잃은 고아 같아 막막했다. 남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래서는 안돼, 저래서도 안돼, 부정의 명제 속에서만 존재했던 허깨비 같던 소위 '되고 싶은 남성'의 모습. 뼈와 살을 입고 살아 숨 쉬었던 그 아버지의 유골을 정지아 작가가 활자에 담아 뿌려준 덕에, 나도 이제 되고 싶은 남자의 모습을 하나 갖게 되었다. 감사하다.


아니 에르노에 이어, 또 하나의 자전적 소설을 읽었으니 나름 요즘 두서없는 독서생활이 하나로 꿰어지는 느낌이다. 내일부터는 주말이니, 또 다른 내가 사랑하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읽을 생각이다. 이걸 몸일기에 쓰는 이유는 이런 책들을 몸이 원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니라 오장육부가 흡수하고 함께 울고 웃는 느낌이다.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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