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일기 53] 브레이크 고장난 위태로운 레이스

2023.3.20.

by 혁이아빠

차를 몰고 전주에서 서울로 향했다. 일하러. 평소 ktx 타고 잘 다니다가 갑작스레 차를 몰고 상경한 이유는 단순했다. 새차(사실 중고차)를 서울에서 사서 전주로 데려갈 예정이므로. 기존 차는 잦은 고장으로 너무 위험해서 서울에 두고 서울 출장 올 때마다 가끔 쓸 요량이었다.


위험한 차를 서울까지 몰고 가려니 아내도, 나도 걱정이 많았다. 예상대로 2번을 쉬었다. 무슨 문제인고 하니, 좀 어려운 용어로 '캘리퍼 고착'이라고 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붙여서 마찰을 일으켜 바퀴를 잡아 차가 멈추는 것인데,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로 밀어주는 것이 클리퍼다. 찝어주는 그 클리퍼 생각하면 맞다. 그게 열을 받으면 디스크에 붙어 버린다. 더 쉽게 생각하면 브레이크를 잡은 채로 엑셀을 밟는 상황이라 보면 된다.


어찌 되느냐. 문제가 있는 바퀴 디스크와 브레이크 패드에 열이 펄펄 나다가 점점 뭔가 타는 냄새가 솔솔 난다. 고착이 심해지면 바퀴가 돌면서 패드를 건드릴 때마다 멈추는 느낌이 반복되는데 핸들까지 덜덜덜 떨린다. 이쯤 되면 잠시 쉬어가는 게 좋다. 험한 꼴 보지 않으려면.


당연히 문과생답게 기계에 대한 생각은 여기서 멈춘다. 더 깊이 들어가면 뇌 회전에 브레이크가 고착되어 멈춘다. 더 깊이 따져보지 않고 '그래서 수리비가 얼마지요?'로 넘어간다. 차의 잔존가치보다 수리비가 더 클 수 있단다. 여생을 서울에서 보내게 해주기로 다짐한 이유다.


문학도답게 기계에 대한 질문은 거기서 멈추고, 내 삶에 브레이크는 있었는가 돌아본다.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지면 일을 끝내고 쉬는 모드로 돌아설 때 전환이 잘 안된다. 멈추질 않고 머리가 왱~하고 계속 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공수교대도 잘 안된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엑셀을 밟아도, 도통 앞으로 갈 생각은 안 하고 열만 펄펄 난다.


내 몸도 잘 안 돌보던 자가 차라고 잘 돌봤겠나. 이 지경이 되도록 무심했던 게 그저 미안하다.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바퀴에 물을 뿌려본다. 내 차나 몸이나 답이 나와있다. 일정 시간 이상 달리면 안 된다. 서울 오는 데 4시간 걸렸다. 오늘만큼은 자기 전에 기도하고 잘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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